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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맞잡은 남북 …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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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2 20:57:48 수정 : 2018-09-02 2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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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金1·銀1·銅2 ‘감동의 드라마’ / 조정·카누·女농구 등 3개 종목 구성 / 종합 28위… 성적·화제성 다 잡아 / 한민족 동질감으로 서로 벽 허물어 /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도 제안 / 활발한 교류 ‘시너지 효과’ 기대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선수를 단번에 ‘호감형’으로 만드는 건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실력이다.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단일팀에서 남측 박지수(20)와 ‘트윈 타워’를 구축한 로숙영(25)이 그랬다. 뛰어난 득점력으로 대표팀 골밑을 든든히 지킨 데다 벤치에 있을 때는 목이 쉴 정도로 응원전을 펼친 덕분에 무뚝뚝한 북측 선수들의 이미지를 한 차원 바꿔 놨다.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은 짧은 합동 훈련 기간에도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종목에서 성적에 관계없이 시상대에서 손을 맞잡은 남북 선수들도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사진은 카누용선 500 금메달 남북단일팀.
역도 남자 77㎏급 용상 금메달 북한 최전위와 은메달 한국 김우재.
이런 단일팀은 확실한 전력 상승효과를 봤고, 값진 은메달까지 따냈다. 로숙영 입장에선 이대로 북에 돌아가기만 해도 한국 국민들에게 ‘참 고마운 선수’로 남았을 테다. 그러나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토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65-71 단일팀 패)을 치르고 취재진 앞에 선 로숙영은 상기된 얼굴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남측 리그에서 뛰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통일이 되는 걸 원하십네까”라고 반문했다. 로숙영은 이어 “통일이 되면 서로 오가며 뛸 수 있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메달 색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단일팀의 ‘진짜 의미’가 북측 선수의 묵직한 일성을 통해 나와 심금을 울리는 순간이다.

유도 여자 52㎏급 은메달 한국 박다솔(맨왼쪽)과 동메달 북한의 림성심(왼쪽 세 번째)
여자농구 은메달 남북 단일팀
이처럼 ‘코리아’란 이름으로 아시안게임에 첫선을 보인 남북단일팀은 종합 28위(금1·은1·동2)의 성적뿐 아니라 남북이 하나가 돼야 할 이유까지 몸소 증명하며 한 달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제종합대회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린 남북은 6개월 후 열린 이번 대회에선 조정,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여자농구 3개 종목으로 영역을 넓혔다.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남북은 6월 28일 단일팀 구성을 합의했다. 이후 북측 선수들이 7월 29일 일제히 방남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충주 국제조정경기장에서 남측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경기 금메달 한국 여서정과 은메달 북한 편례영
처음 보는 사이인 데다 경기 용어도 달랐지만, 한민족이라는 동질감 하나만으로도 분단의 벽을 허물기는 쉬웠다. 감동 드라마의 서막은 카누 용선이 열어젖혔다. 단일팀은 지난달 25일 여자 200 결선에서 56초851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는 남북이 종합대회에서 합작한 첫 번째 메달이다. 이어 26일 여자 500 결선에서도 2분24초788로 우승하면서 파란색 한반도기가 경기장 맨 위에 게양되고 아리랑이 국가로 연주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냈다. 남자들도 질세라 힘을 냈다. 27일 남자 1000에서도 동메달이 나오면서 짧은 시간 손발을 맞춘 이들이 한 몸 같은 노 젓기로 메달 3개를 쓸어 담았다. 대회 전 남북 단일팀은 기존 선수들의 땀방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땀방울이 섞이면 더욱 진하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역도 여자 75㎏급 금메달 북한 김국향과 은메달 한국 손영희
이 여세를 몰아 우리 정부는 북측에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올림픽은 종목별 국제연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아 지금부터 남북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남북이 탁구 단일팀 결성 논의를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다. 국제기구와 협의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설명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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