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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역사-9월3∼9일] 청을 ‘식물제국’으로 만든 신축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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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2 20:50:02 수정 : 2018-09-02 20: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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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서양 8개국 군대가 베이징에 쳐들어온 의화단 사건은 아편전쟁에 비해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한 편이다. 그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1901년 9월7일 청이 연합국과 맺은 신축조약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서 제작된 ‘북경의 55일(55 days at Peking)’이란 영화가 1964년에 들어와 의화단 사건이 어느 정도 관심을 끈 정도였다.

아편전쟁이 청을 멍들게 한 첫 타격이라면 신축조약은 청을 식물제국으로 만든 셈이다.

의화단 사건은 당시 세계의 ‘빅8’ 군대의 침략을 받은 것만으로도 영국 한 나라의 침략을 받은 아편전쟁보다 훨씬 처참했다. 그 병사들은 ‘북경의 55일’에서 찰턴 헤스턴이 분장한 미 해병장교 같은 신사들이 아니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문명국들이 보낸 이 병사들은 가장 야만적인 살인, 강도, 강간 부대로 중국을 휩쓸고 다녔다.

그런 판에 이뤄진 신축조약의 그 비극적인 내용을 일일이 기록할 것은 없었다. 다만 특히 눈길을 끄는 조항들이 있다.

외국군의 베이징 주둔을 허가하고 베이징 주변 청군의 방비를 철폐하기로 한 조항이다.

그것은 중국 역사상 흔히 등장하는 사실상의 황제 격인 ‘상국(相國)’과 황제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한말의 동탁(董卓)이 그렇듯 상국들은 곧잘 황제 앞에서 칼을 찰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쯤 되면 황제의 시위도 상국이 임명하는 처지니 황제는 상국의 칼끝에서 몸을 떨다가 결국 제국은 망했다.

동탁의 경우가 그렇듯 상국의 집권이 좌절되는 수는 있어도 이미 기울어진 제국이 바로서지는 못한다. 전한 초 소하(蕭何)의 경우 외에는 상국이 등장하면 반드시 나라가 망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사마의의 경우 자신과 두 아들들이 번갈아 가며 상국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경우는 위나라가 식물제국이 된 것이 아니라 진(晉)제국이 위나라 간판을 그대로 단 채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양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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