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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년 만에 최악 설비투자… 이번에도 통계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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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31 23:26:42 수정 : 2018-08-31 23: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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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경종을 울리는 악성지표가 또 나왔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전월보다 0.6% 줄면서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외환위기 무렵인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마이너스 행진이다.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이은 또 하나의 경고음이다.

기업 관련 지표가 악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국내 기업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 등을 누리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게다가 파격적으로 오른 최저임금과 법정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기업을 매물로 내놔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 기업인들 중에서 “사업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탄식이 나오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마당에 기업 투자를 막는 온갖 규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대통령이 규제를 ‘붉은 깃발’에 비유하면서 개혁에 나서줄 것을 소리쳐도 여당 의원들조차 외면한다. 은산분리 완화에 관한 인터넷 은행법은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8월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모든 은행도 아닌 인터넷 전문 은행만으로 범위가 국한되는 법안인데도 그마저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규제 하나 풀기가 이처럼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판교를 찾아 “데이터 규제혁신은 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혁신성장과 직결된다”며 데이터 규제혁신을 역설했다. “산업화 시대는 석유가 성장 기반이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산업의 원유는 바로 데이터로, 데이터·인공지능 결합이 다양한 산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내년 데이터산업에 1조원을 투자해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전문인력 5만명, 데이터 강소기업 100개를 육성할 방침이다.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달려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기 힘든 작금의 풍토를 개선하지 않고선 4차혁명이든 혁신성장이든 싹이 제대로 돋아날 수 없을 것이다. 반기업으로 맞춰진 정부 정책을 친기업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악성 지표는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것이다. 그때도 ‘나쁜 통계’ 탓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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