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北, 비핵화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관련이슈 칼럼 , 세계와 우리

입력 : 2018-08-30 23:21:49 수정 : 2018-08-30 23:21: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 추가제재로 비핵화 지연 경고 / 北 신경질적 반응으로 상황 악화 / 압박정책으로 美 재선회하면 / 北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행 취소에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거론했다. 북한은 지난 15일과 21일 미 재무부가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 기업 및 개인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자 미국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급기야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경고성 편지를 보냈고,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방북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추가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지연과 북·중 관계 밀착을 경고한 것이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상황이 악화됐다.

사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약속했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이 제시한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는 크게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안전을 보장해주면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이 어렵다는 당초 입장을 완화했다. FFVD는 ‘최종적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단계적 접근을 받아들인 셈이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북·미 간에 방법상의 접점을 찾은 만큼, 언뜻 보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및 경제제재 완화 조치 일정을 일괄 타결하고 그 이행을 보증할 수 있으면 될 일이다.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은 북한의 진정성 결여와 안이한 상황 인식, 그리고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북한은 나름 성의를 보였는데 미국이 형식적인 종전선언조차도 거부한다고 강변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실험 시설 일부의 해체로 생색을 내지만 아직 북핵 문제의 본질인 핵물질,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손대지 않고 있다. 뒤에서는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 외무상 리용호는 8월 초 이란을 방문하면서 북한은 비핵화 이후에도 핵 기술은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누가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겠는가.

미·중 간의 무역갈등과 견제 전략 역시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한다. 미국은 북한이 최근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도 중국이 교사(敎唆)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북·미관계 진전 과정에서 북한이 직접 꺼내기 힘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주한미군 문제를 중국이 종전선언 당사자 자격으로 거론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본다. 미국 조야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 지연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한다. 미국의 무역 강공책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이 북한과 밀착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약화시키고 영향력을 과시해 대미 협상 카드로 쓴다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없는 남북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경제제재 완화와 한·미 공조 약화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이는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또 11월 중간선거로 인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함이 북한의 협상 입지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비핵화 조치에 소극적이라면 착각이다.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미국 여론을 감안할 때, 북한이 비핵화 타이밍을 놓치면, 미 정부와 의회는 오히려 대북 강공책이 국내 정치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외교적 해법으로부터 ‘최대의 압박’ 전략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건설과 체제 안전보장에 필수적인 비핵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미국과의 현안을 유리하게 풀고자 하는 지렛대에 불과하다. 미·중 관계가 호전되고 북한 비핵화가 지연될 경우, 중국은 다시 미국의 대북제재 전선에 복귀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타이밍을 놓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모처럼 맞이한 남북교류협력 확대의 가능성도 사라질 것이며 북한 정권은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선택은 북한 몫이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