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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못챙기는게 자랑이다"…33개 예능·오락서 성차별내용 3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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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30 15:18:58 수정 : 2018-08-30 15: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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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잘 챙겨주지 못하는게) 자랑이다, 아휴…”

한 종합편성채널의 부부가 동반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내가 사회 생활로 자녀들 끼니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본인처럼 며느리가 아들 끼니를 잘 못챙겨줘도 이해할 것 같다고 하자 남편이 던진 말이다.

남녀 동등하게 경제·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여성에게만 가사노동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이 높은 장면이다.

최근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족문화에 관한 토크쇼 및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각하거나 관습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수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달 1일부터 7일 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케이블 2사에서 방송된 예능·오락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 33편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잘못된 여성성, 남성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총 3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7건)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 커플이 출연해 남자 출연자가 수 차례 고백 끝에 연애를 하게 된 일화를 소개하며 본인의 집요한 고백을 “거절은 하나의 결과를 위한 계단”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그 모습을 두고 ‘사랑을 향한 인간 불도저, 진짜 남성적’이라는 자막도 달았다.

상대의 거듭된 거절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명백히 폭력행위에 해당함에도 방송에서는 이를 남성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 미화시켰다고 진흥원은 설명했다.

또 다른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결혼 후 첫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며느리가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 한 여성 출연자가 자신이 미역국을 끓이겠다고 말했다. 이는 가족구성원의 생일상을 준비하는 역할을 어머니에게 한정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에 바탕한 발언이라고 지적받았다.

출연자 및 주요 진행자의 성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6.8%(149명)인데 반해 남성은 63.2%(256)명이었다. 주진행자의 성비도 여성이 26.8%(19명)로 4명 중 3명이 남성 진행자였다.

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소재로 가족문화에 관한 예능이 다수 등장하면서 강요된 성역할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갈등구도로 보여주기보다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사회 구조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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