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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계청장 경질해 ‘경제 실정’ 감추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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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7 23:55:03 수정 : 2018-08-27 23: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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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 경질을 둘러싸고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청와대는 그제 통계청장을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 7월 임명된 황수경 청장은 13개월여 만에 옷을 벗었다. 역대 통계청장은 통상 2년간 재임했다. 문책성 경질이라는 말은 이 때문에 나온다. 청와대는 교체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경질은 1, 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직접적인 배경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이 통계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각각 8%, 7.6% 급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촉발한 고용대란에 이어 소득·분배 참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통계다. 지난 5월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후 황 전 청장은 조사대상 표본 수가 늘어난 점을 적극 홍보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가구를 올해 8000가구로 늘렸는데, 저소득 가구를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처럼 된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를 잘못했다는 주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소득 감소가 표본 오류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통계청 직원들은 “우리는 밥 먹고 표본 만드는 것이 일이다. 오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취업자 증가 수 감소 사태를 두고 ‘날씨 탓’, ‘생산가능인구 탓’, ‘전 정부 탓’으로 돌리더니 이번에는 통계 탓을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임 강 청장의 이력도 문제다.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있던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긍정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하게 한 통계 자료를 만들어 제공한 인물이다. 고용·소득 참사가 빚어진 상황에서도 ‘억지 통계’를 만들어 ‘경제는 좋다’는 인식을 심어줬으니 성향은 짐작할 만하다.

국가통계는 객관적인 사회·경제의 실상을 담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통계가 정치에 오염되면 ‘엉터리 정책’이 쏟아지고 경제는 벼랑으로 치달을 것이다. 어제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이 촉발한 고용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계청장을 바꾼다고 경제가 좋아지는가. 경질해야 할 것은 정책을 오도하고 있는 장하성 경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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