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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및 반응 저하에 사고 급증…위험 싣고 달리는 고령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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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6 10:00:00 수정 : 2018-08-24 19: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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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고령 운전자 공포①] 안전 대책 시급 회사원 박모(39)씨의 아버지(68)는 며칠 전 서울 모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처음으로 접촉사고를 낸 후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 이제 본인의 신체 기능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다며 차를 몰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박씨는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40년 무사고를 자랑하던 아버지가 애꿎은 면허증만 만지작거리고 있으신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아버지의 안전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운전을 그만하시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가 구둣방을 덮쳐 5명이 다치고, 지난해 4월에는 60대 후반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주·정차 중인 차량 9대를 들이받은 후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해 2명이 사망하는 등 해마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총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전망인 만큼 실효성 있는 고령 운전자 맞춤형 교통사고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사회에 따라 고령자들의 운전이 불가피한 만큼 교통환경시설 개선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령 운전자↑…관련 교통사고·사망자↑

고령화 추세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14년 372만4521명에서 2016년 451만4408명으로 21.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1만7590건에서 지난해 2만6713건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6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1.0%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1%로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25.5%나 증가했다. 특히 사망자 중 65~69세는 큰 증가가 없는 반면, 70대는 182%, 80대는 343% 정도 크게 증가했다.

김영진 국회의원이 지난해 8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2만917건으로 2014년 22만3552건 대비 11.8% 감소했다. 하지만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동기대비 20.8%가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가 증가하는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과 신체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돌발상황에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고령 운전자 관리 제도·정책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내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받던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3년에 한번씩 받아야 하고, 면허취득 및 갱신 시에는 고령 운전자 맞춤형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부산시에서는 지난 7월부터 전국 최초로 고령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회에 한해 10만원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자 교통비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6월부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 운전자 차량 식별용 표준형 실버마크 ‘스마일 실버’를 개발해 배포 중이다.
실버마크 ‘스마일 실버’. 도로교통공단 제공

반면, 미국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최소 1년에서 최대 6년을 주기로 적성검사와 함께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면허를 갱신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인지검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운전면허를 재취득하게 하거나 별도의 운전 능력을 시험한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는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치매 검사를 받도록 해 치매 판정이 나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또 면허 자진반납 시 대중교통 요금뿐만 아니라 음식점 할인 등을 폭넓게 지원하고 고령 운전자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상대로 끼어들기나 근접운전을 하면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전문가 “교통표지판 글자 크기 등 교통환경시설 개선 필요”

최재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7년 한국안전학회지에 실은 논문 ‘초기·중기·후기 고령 운전자의 사망자 발생위험도 분석과 시사점’에서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 단축, 교통안전교육 의무화 등 현재 추진 중인 방안 외에도 다양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은 논문에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망 사고자 발생위험도가 높은 위험 다발지역에 필요한 안전증진 대책으로 “고령 운전자의 시계가 불량한 지역에 대해 가로수 정리 및 전방 신호등 설치, 교통표지판의 글자 크기 상향, 야간사고 다발지점에 대하여 밝기 상향을 위해 가로등 설치 확대 등 교통환경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망사고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안전교육의 수강을 통한 음주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음주운전의 위해성과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음주 가상체험(음주체험고글 등의 사용) 등의 교육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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