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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氣 살리자] ‘차이’ 이해 못하는 ‘차별’… 발달장애 학생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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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2 19:46:14 수정 : 2018-08-23 08: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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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차별에 우는 발달장애 학생들 / 또래 아이들 놀림·괴롭힘 예사 / 하소연하면 되레 “전학 가라”
#1.“아이에게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어머니가 직장 다닐 생각을 해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최모(46·여)씨는 이 말을 듣고 올 상반기를 이른바 ‘복도 엄마’로 보내야 했다.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적장애 3급 딸아이가 수업 도중 교실 밖으로 뛰쳐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학교에 특수교사 2명, 실무사 1명뿐이라 장애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편인 딸을 돌봐줄 여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두 번이나 교문 밖으로 나가는 일이 생기자 최씨는 학교 측에 사회복무요원이라도 추가 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어머니가 학교로 오셔야겠다”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최씨는 직장을 휴직하고 딸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다.

#2. 뇌병변장애가 있는 초등 5학년 딸을 둔 장모(49·여)씨는 몇 년 전 아이의 등굣길에 들은 한 마디가 아직도 가슴에 사무친다. 딸아이가 신발을 갈아신는 동안 지나가던 한 아이가 “넌 어느 별에서 왔니?”라는 말을 툭 던지고 간 것이다. 등하굣길에 아이들이 “장애인”이라고 소리치는 일도 예사다. 장씨는 “학교에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더 실시해달라고 건의하면 ‘저 학부모가 또 일감을 주네’ 하는 식으로만 받아들인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여전한 편견과 차별 속에 힘겹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일반학교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뛰놀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학교 측의 무관심과 편견 등에 상처를 입고 쫓기듯 특수학교로 옮기려 해도 전학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수학교 수가 태부족이라 몇 시간씩 원거리 통학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첫 7만명 넘겨… 전체 장애 학생의 78%

선천적으로 또는 성장 과정에서 생긴 대뇌 손상으로 지능이나 정서 등에 문제가 생긴 장애를 뜻하는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시각이나 청각 등 감각장애,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지체장애를 제외한 모든 장애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특수교육 대상자(장애 학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발달장애 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22일 교육부의 ‘2018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은 7만1253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7만명을 넘겼다. 전체 장애 학생 중 발달장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78.5%에 달한다. 발달장애 학생 수와 전체 장애 학생 대비 비중 모두 2014년 6만6363명(76.1%)에서 2015년 6만7374명(76.5%), 2016년 6만7731명(77.0%), 지난해 6만9528명(77.8%)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일반학교나 특수학교 가운데 원하는 곳을 택해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교육당국은 세계적 추세에 따라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의 일반학급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도 대체로 초등학교까지는 일반학교에 보내고 중학교부터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나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보내고 싶어한다.

올해 특수학교나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배정된 장애 학생은 2만6337명(29.0%),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 다니는 학생은 6만4443명(71.0%)이다. 일반학교에 배치되는 비중은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일반학교선 무관심·차별, 특수학교는 태부족

그러나 발달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져 생활하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교 측이 장애 학생·학부모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제대로 배려하지 않거나 장애 학생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할 경우 학교로부터 전학을 권유받거나 교사·학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기도 한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다른 학부모들의 눈치가 보여 하소연도 못 한다.

지금은 성인이 된 자폐 1급 아들이 있는 박모(58)씨는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의 전학 권유로 서울 노원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떠밀리듯 이사를 했다. 박씨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있진 않았고, 단지 몇몇 교사의 이름을 부르고 도망가곤 하니까 교사들이 싫어했다”며 “당시 교감이 한 ‘저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는 말이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5월에는 지난해 강원 철원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뇌병변장애 학생이 5개월간 동급생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으나 교장과 교감 등이 이를 은폐하려 한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일반학교를 떠나 특수학교로 옮기려 해도 또 다른 난관에 직면한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특수학교는 166개교에서 175개교로 딱 9곳 느는 데 그쳤다. 학교 설립 예정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로 공분을 산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역편중도 심각하다. 서울만 봐도 25개 자치구 중 8개구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 장애 유형별로도 여건에 차이가 난다. 자폐성장애 학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정서장애학교가 아닌 정신지체학교에 다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학에만 2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교사 역할 중요… 인식 개선 교육도 늘려야”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씨는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느냐, 따돌림을 당하느냐는 교사가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자신이 경험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내 임시로 온 강사 분이 우리 아이를 먼저 칭찬해주고, 교실을 이동할 때마다 손을 잡고 가줬는데 그 때부터 애들이 딸아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백옥희 공주정명학교 교장은 “특수학교든, 일반학교 통합학급이든 일선 현장의 교사들이 수시로 학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관계를 잘 형성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추세라고 해서 무턱대고 통합교육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형일 나사렛대 교수(특수교육과)는 “우리나라는 아직 통합교육을 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지진 않은 상태”라며 “당국이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보다 더 세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고, 특수교사 등 관련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애 인식개선 교육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이 장애 인식개선 홍보 등 각종 정책을 펴고는 있으나 학교 현장에선 “관련 교육이 형식적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 행동과는 차이를 보인다”며 “인식이란 게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당국과 특수교육 관계자들이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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