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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피로 얼룩진 땅 …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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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6 07:00:00 수정 : 2018-08-22 21: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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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설레는 첫 걸음 / 유고슬라비아 분열 과정서 치열한 내전… 한때 중동의 ‘화약고 별칭’ / 수많은 전쟁·시련 이겨내고 동·서양 어우러진 그들만의 문화 형성 / 하늘서 바라본 발칸… 산맥의 땅 증명하듯 짙푸른 녹음 꼬리에 꼬리
발칸반도. 지금은 낯설지 않은 여행지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행보다는 여행을 절대 가면 안 되는 분쟁지역으로 익숙한 지명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서유럽·동유럽·남유럽으로 구분하는데 발칸반도는 범위와 지형적 경계를 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발칸은 ‘산’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오스만 제국 지배기에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 걸쳐있는 발칸산맥 이남 지역을 이르는 지명으로 굳어졌다.


발칸반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19세기 이후에는 반도 전체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확대된 발칸반도는 북쪽으로 돈강, 사바강, 쿠파강을 경계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이남 지역이 해당한다. 지중해를 기준으로 보면, 유럽 동쪽 끝에 있는 발칸반도는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반도와 아드리아해를 마주하고 있고, 흑해와 에게해 너머로는 터키를 바라보고 있다. 이름 유래에서 알 수 있듯 산악지역이 많아 지리적으로 유럽과 분리돼 있었던 탓에 유럽 내륙과는 역사적으로 고립돼 발전해 왔다.

발칸반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TV 여행 프로그램 등으로 인기를 끈 크로아티아처럼 친근한 발칸반도 국가들도 있고, ‘유럽이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그리고 익숙지 않은 몰도바와 유고 연방 체제의 나라인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코소보,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가 발칸반도의 주요 국가들이다.

루마니아 휴양도시 시나이아의 아름다운 펠레슈성.
고대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리적 요건으로 발전해 왔으나 오스만튀르크(오스만 제국)가 성장하고 유럽과 단절되면서 유럽 중심의 역사에서는 한걸음 비껴 서 있었다. 더구나 동방정교인 비잔틴 제국, 이슬람교인 오스만 제국, 로마가톨릭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 다양한 국가가 성장하고 충돌해 오늘날에는 민족, 언어, 종교, 문화, 정치적으로 다양한 세력이 뒤섞인 복잡한 구성을 가지게 되었다. 복잡한 민족적, 정치적 구성에 따른 오랜 기간 전쟁으로 얼룩진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발칸 반도의 발칸은 ‘산’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오스만 제국 지배기에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 걸쳐 있는 발칸산맥 이남 지역을 이르는 지명으로 굳어졌다.
발칸반도는 녹음이 우거져 있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를 지나는 디나르알프스산맥과 불가리아 중부와 세르비아 동부에 걸친 발칸산맥, 발칸산맥 남쪽으로 로도피산맥, 북쪽으로 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이 있다. 산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자연의 품 안에 안겨 평화스러울 법도 한데 ‘남동 유럽’이라는 명칭 대신 ‘유럽의 화약고’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유고슬라비아 분열과정에서 발생한 치열한 내전으로 화약과 피로 얼룩진 역사를 안고 있기도 하다.

발칸 국립중앙공원에서 만난 양치기 할아버지.
발칸의 아픈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가 결성한 발칸동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오스만 제국을 공격한 1차 발칸전쟁이 1912년 발발했다. 오스만 제국은 대패했고, 남은 영토 분배 과정에서 발칸동맹 국가 간 불화로 2차 발칸전쟁이 발생했다.

 
세계 자연유산이며 문화유산인 휴양지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의 비잔틴 시대 성당.
세계 자연유산이며 문화유산인 휴양지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의 비잔틴 시대 성당.
발칸전쟁을 거쳐 신흥 강국으로 성장한 세르비아가 범슬라브주의를 내세워 발칸반도 내 슬라브 민족을 통일해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려 했다. 다민족 국가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충돌하면서, 발칸반도는 제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1914년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당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갖가지 조약과 동맹 관계가 작용해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면서 신생 국가들이 새로 생겨난다. 세르비아는 이들 신생 국가 중 상당수를 흡수해 유고슬라비아 왕국을 수립하면서 범슬라브주의를 실현한다.

전쟁의 역사는 2차 대전으로 이어진다. 1939년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알바니아를 병합하면서 발칸반도는 동맹국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발칸반도의 대부분 국가들이 소련군의 점령 하에 들어갔다.

크로아티아 프리모슈텐에서 여행객들이 평화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은 소련의 위성국이 되었고 유고슬라비아는 티토주의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켰다. 소련연방이 해체되고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독립과 분열은 코소보 사태 등 민족 간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을 만들어냈다.

다행히 이제는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평온을 찾고 있지만,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까지 전쟁과 학살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발칸반도를 찾아가보고 싶어 여행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국경을 접한 코소보 남부 프리즈렌 강변 풍경.
내전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현장만이 아니라, 람사르협약이 지정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가 보존돼 있으며, 유럽 최대 조류보호구역인 발칸반도 최대의 호수, 슈코더르호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전쟁을 이겨내고 동서양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온 오랜 역사의 깊이도 느껴보고 싶었다.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와 안개 낀 숲 속의 수도원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언젠가 꼭 가보리라는 다짐을 이제야 실현하게 된 것이다.

뉴스 보도로 접한 부정적 의미를 덮어 버릴 아름다운 산맥의 경관과 오랜 역사의 문화를 접하고픈 마음을 품고 비행기에 오른다. 이번 여행을 통해 1차 세계대전 이후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던 발칸의 단어가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는 현장도 확인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도 함께했다.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모스타르는 ‘오래된 다리’라는 뜻으로 과거 헤르체코비나의 수도였다. 아드리아해로 흘러드는 네레트바강 연안에 있다.
아름다운 발칸을 찾아 떠나는 첫걸음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시작한다. 비행기 밖으로 산맥의 땅을 증명하듯 초록의 경관이 이어진다.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도시의 풍광이 차츰 드러난다. 하늘 아래 땅에서도 초록의 아름다움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행기가 베오그라드의 공항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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