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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상철아…” 90대 모친, 北 70대 아들 끌어안고 눈물

입력 : 2018-08-20 22:03:20 수정 : 2018-08-20 23: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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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된 상봉 현장 / 만남 고대했던 남동생 사망 소식에 /“상봉행사 몇 달만 빨랐어도…” 오열 / 최고령인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 / 며느리·손녀 다독이며 ‘행복 미소’ “11개월만 먼저 만났어도….”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진 60여년 만의 이산상봉은 갖가지 안타까운 사연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부모, 자녀, 형제, 자매 할 것 없이 한 걸음에 상봉장으로 달려온 이들은 만나자마자 감격에 겨워 서로의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애끓는 가족애가 지난 세월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 아∼ 하세요”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측 안종호(100) 할아버지가 북측 딸 정순(70)씨가 건네는 음식을 먹고 있다.
금강산=뉴시스

이춘애(91)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남동생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상봉을 고대했던 남동생이 그만 지난해 9월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때문이다. 이 할머니의 큰아들(65)은 “어머니가 동생이 하필 지난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속이 상해 회담장에 오기 전까지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시댁을 따라 피난을 가면서 친정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다. 친정 어머니에게 같이 가자고 졸랐지만 친정 어머니는 ‘나도 시댁 어르신들을 모셔야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남동생 대신 조카딸과 조카며느리를 만났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기뻐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아들을 만날 생각에 꽃단장을 했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상봉장에서 아들 리상철(71)씨를 보자마자 “상철아!”라고 이름을 외치고는 오열했다. 아들의 목이며, 온몸을 꼭 끌어안았다. 아들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피난 중 남편을 비롯한 가족 모두와 생이별했다. 한신자(99) 할머니는 70대가 된 북측 딸을 보자마자 “아이고”하며 통곡했다. 시각장애 1급인 이금연(87) 할머니는 70대, 50대인 북측 올케들을 끌어안고 울다 주저앉았다. 지켜보던 이 할머니의 자녀들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춘식(80) 할아버지의 북측 여동생 둘은 “오빠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됐네)”라며 김 할아버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고, 김 할아버지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달인(92) 할아버지가 85세가 된 북측 여동생에게 “노인이 됐어”라고 하자 여동생은 “오빠 만나려구요. 이렇게 오래 살았어. 언제나 만나볼까 매일 그랬단 말야”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세자매 기념촬영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배순희(82·가운데) 할머니가 언니 순복(87·왼쪽)씨와 동생 순영(75·오른쪽)씨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김병오(88) 할아버지는 81세의 북측 여동생과 만나면서 “상봉이 결정된 다음에 매일 잠을 하나도 못 잤다. 내가 학교 봇짐 매고 다닐 때 헤어져서 말이야 참…”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러자 여동생은 “혈육은 어디 못 가.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답했다. 오누이는 취재진에게 “기자 양반 우리 정말 닮았죠?”라고 말하며 웃다가도 “얼른 통일돼서 같이 살게 해줘요.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최기호(83) 할아버지는 의용군으로 납북됐던 큰형의 딸들과 상봉했다. 조카들이 가져온 형의 사진을 연신 쓰다듬으며 “보물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 딸 황영숙(71) 할머니로부터 음식을 건네받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최고령 상봉자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을 보고 오열하는 며느리와 손녀를 다독이며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백 할아버지는 나중에야 “금강산만큼이나 좋다. 너무 좋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 마련된 상봉장에는 북측 가족들이 먼저 들어와 각자 테이블에 앉아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기를 기다렸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울려퍼지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분위기는 이내 숙연해졌다. 남측 가족들이 입장하면서 서로를 알아본 가족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흥겹게 울려퍼지던 음악 소리도 잦아들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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