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쇄신안은 공정위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신뢰회복방안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신뢰회복방안에 ‘퇴직자들과의 사적 접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불가피할 경우 서면보고를 해야 한다’고 돼 있던 것이 이번 쇄신안에는 ‘사적 접촉 전면 금지’로 강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이 규정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 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현직자와 퇴직자의 사적 접촉을 원천봉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관 및 그 소속 계열사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 동안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본인 동의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공정위는 퇴직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쇄신안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기업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경제 검찰’이다. 그런 만큼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김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구성원 전체가 일심단결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검찰 수사를 계기로 뼈를 깎는 내부 쇄신을 통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부실한 쇄신안으로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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