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도박과 마약은 망국의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떠들썩했던 구호가 아니다. 청나라에서는 더 떠들썩했다. 청 말엽, 어디를 가도 아편, 마작이 없는 곳은 없었다. 1839년, 도광제 19년, 호광총독 임칙서는 황제의 전권을 위임받아 아편과의 전쟁에 나섰다. 광동항에 정박한 영국 상선에서 아편을 몰수했다. 2만 상자를 웃돌았다고 한다. 모두 불태웠다. 이듬해 터진 영국과의 아편전쟁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마작은? 아편전쟁에 패해 홍콩을 떼어 준 마당에 마작을 어찌 일소하겠는가. 중국의 철학자 후스(胡適), “마작이 날로 번창해 망국을 재촉한다.”

도박과 마약이 부른 망국. 중국은 이를 엄하게 다스린다. 마약 소지자는 사형에 처하기까지 한다. 카지노?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제 도덕군자가 됐을까. 중국의 부자는 돈 보따리를 싸들고 마카오, 싱가포르,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간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슷하다. 다른 점도 있다. 공공기관인 강원랜드는 내국인을 상대로 카지노 장사를 한다. 왜 강원랜드만 내국인 카지노 장사를 하는 걸까. 공공기관이 운영하면 도박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일까.

‘빠찡꼬의 나라’ 일본. 하지만 내·외국인이 드나드는 대규모 카지노는 없다. 그런 일본이 카지노 산업에 불을 댕겼다. 10년 논란 끝에 지난달 20일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형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너도나도 일본으로 달려간다. 세계 3대 카지노 자본인 MGM, 샌즈, 윈그룹이 도쿄 투자를 준비한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자본을 끌어들인 마카오, 샌즈 자본을 끌어들여 복합리조트 랜드마크 구축에 성공한 싱가포르. 필리핀, 대만까지 가세했다. 카지노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영종도에 짓기로 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내국인이 카지노에 드나들면 망국의 길로 들어선다고 생각하는 걸까. 외국인 전용 카지노 두 곳만 허용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한다. 카지노 전쟁에서 밀리니, 무슨 수로 관광으로 돈을 벌겠는가. 이래저래 한숨이 나온다.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