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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폭염 끄떡없어요" 서민아파트 경비실의 '아름다운 에어컨'

입력 : 2018-08-18 10:55:52 수정 : 2018-08-18 14: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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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들 십시일반으로 경비실 10곳에 에어컨 설치
"경비실 시원하니까 한 번 들어와 보세요. 어때요, 시원하죠?"

18일 서울 중랑구 한 서민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윤두환(73) 씨는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띤 채 경비실 안으로 들어와보라며 손짓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어 윤씨는 여름철만 되면 수시로 땀에 젖어 하루에도 여러번 샤워를 해야 했다. 점심시간에는 더위를 피해 모기가 들끓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식사를 해결했다. 낡은 선풍기를 종일 돌려도 경비실 안 열기는 좀처럼 가실 줄 몰랐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파트 입주민들과 아파트 상가 1층에서 영업을 하는 부동산이 경비실 10곳에 지난 5월 말 에어컨을 설치해준 것이다.

서울은 올해 여름 26일 연속으로 열대야를 기록하고 역대 최고기온인 39.6도(8월 1일)를 기록하는 등 어느 지역 못지않게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나무에 물을 주고 화단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던 윤씨는 얼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자 목에 두른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냈다.

작업을 마치고 미리 에어컨을 틀어 둔 경비실로 들어가자 그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윤씨는 의자에 앉으며 "에어컨을 설치해준 주민들과 부동산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윤씨가 일하는 이 아파트는 14∼21평짜리 세대가 대부분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주민이 많지만, 단지에 입주한 부동산과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마련해줬다.

일부 주민이 전기료 부담에 난감해 하자 동 대표가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부동산 측이 여름 동안 경비실에서 쓰는 전기료 중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부동산 장웅(50) 대표는 "경비원 아저씨들은 주차 정리부터 화단 관리, 청소까지 많은 일을 하는 데다 아무리 더워도 제복을 갖춰 입어야 한다"며 "경비실이 더워서 주차장에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장애인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5년 동안 근무하다가 2016년 12월부터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

장 대표는 "돈을 좀 더 벌면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에도 에어컨을 놓고 싶다"고도 했다.

아파트 상가에서 일하는 한 주민은 "올여름 같은 날씨에는 선풍기에 부채까지 동원해도 더위를 쫓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조금씩 정성을 모으면 경비실에 에어컨 한 대씩은 놔 드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조그만 힘이나마 보탰다"고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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