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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웃고 사기에 울고?…뻔해도 넘어가는 ‘로맨스 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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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9 08:00:00 수정 : 2018-08-18 23: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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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SNS 범죄 기승①] 로맨스 빙자한 신용사기
‘어느 날 갑자기 외모도 능력도 출중한 이성이 SNS를 통해 고백해 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단 한 번의 만남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사랑을 키워온 연인이 거액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혼까지 약속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법에 누가 당할까 싶지만 최근 피해자가 상당수 발생한 신종 금융사기 행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고,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맨스 스캠이 현대인의 외로운 감정 상태를 이용한 사기 행태라고 경고하며, SNS와 데이트 앱 사용 시 이러한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한다.

의사 사칭한 30대 남성이 앱에 게시한 자기소개. 동작경찰서 제공
◆“나 의사인데…사랑해…돈 좀 빌려줘”

일명 ‘로맨스 스캠’이라고 불리는 사기 수법은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인터넷으로 거래 대금 등을 가로채는 신용 사기)의 합성어로 신분을 위장해 이성에게 접근한 후 애정을 표현하면서 신뢰를 쌓은 뒤에 거액을 가로채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지난 7월 데이트 앱으로 알게 된 여성 3명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성은 서울 대형병원의 의사를 사칭한 뒤 여성들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며 총 1115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무직에 사기 전과도 다수였던 이 남성은 여성들에게 가로챈 돈으로 비싼 옷을 사 입고 비싼 호텔에 숙박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이 데이트 앱에 올린 사진부터 이름까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위 수법으로 억대에 가까운 돈을 가로챈 미국인과 독일인이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를 사칭한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 여성으로부터 한화 7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홍콩의 한 중년 여성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인 관계로 발전한 남성에게 1년 반 동안 8억원 이상을 이체한 사실이 알려졌고, 2015년에는 영국의 한 여성이 28억원을 사기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뻔한 수법에 당해…SNS서 환심 산 뒤 돈 뜯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상대방과 실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며 이메일이나 SNS 메신저, 데이트 앱 등을 통해서만 연락했다. 사기범들은 시간이 흘러 피해자가 자신들에게 믿음을 갖게 되면 돈을 요구하는 악의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로맨스 스캠의 가해자인 스캐머(scammer)의 접근 방식은 비슷하다. 이메일이나 SNS 메신저, 데이트 앱을 통해 처음 보는 이성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보낸다. 그리고 한두 차례 서로 안부를 묻고 친해지면 스캐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관해 설명한다. 그들의 신분은 다양하지만, 지금 당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으면서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외국인의 경우 자신을 아내 잃은 퇴역 군인이나 중동 국가에서 핍박받는 여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인의 경우 자신을 명문대 출신 의사나 사업가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진을 보내며 교제를 요청하는데, 그 사진과 신분은 모두 위조된 것이다.

교제 시작 후 결혼을 전제로 연락을 이어가며 신뢰감을 형성한 스캐머들은 자신에게 상속될 재산을 공개한 뒤 송금을 받을 여건이 아니라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급한 사고 처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본인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나눠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스캐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피해자가 돈을 한 번 보내기 시작하면 스캐머는 반복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막대한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로맨스 스캠 예방법…“합리적인 생각으로 의심해야”

전문가들은 로맨스 스캠 범죄가 성행하는 만큼 국내외 SNS 및 채팅 앱 이용 시 주의를 당부했다.

먼저 합리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수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준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또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지금 당장 융통할 돈이 없을까 하는 의심도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털사이트에서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검색해보는 방법도 권한다. 이들 범죄조직은 메일 주소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사기 정보 웹사이트에서 상대방의 메일주소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SNS 계정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많이 노출하면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또 프로필 없는 친구 요청을 거부하는 등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낯선 사람과의 온라인상 교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오래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하더라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정보나 금품을 요구하면 반드시 범죄를 의심해봐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SNS를 통한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SNS상에서 개인정보나 금품을 요구할 때는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며 “직접 대면하지 않은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전달하고 돈을 빌려주는 등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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