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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사라질 뻔한 울산 향토음식… 기록 남기게 돼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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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7 21:03:20 수정 : 2018-08-17 2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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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요리 연구하는 신미화 경희궁혼례음식원 원장 /유지렁·황어쑥국·털게수제비 등 / 이제는 이름도 낯선 옛 먹거리들 / 울산 향토백과사전 편찬 참여하며 / 발품 팔아 10가지 음식 되살려내 / 음식엔 생명·문화·예절 담겨있어 / 소중한 옛음식 찾아내고 남길 것 고래고기, 언양불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름떡부터 유지렁, 황어쑥국, 털게수제비까지 다양하다. 울산의 향토음식 얘기다. 물론 고래고기와 불고기, 소머리국밥을 제외하면 최근 들어 찾아보기도, 들어보기도 힘든 음식이 됐다. 사라져가는 울산의 옛 먹거리를 조사해 기록으로 남긴 이가 있다. 24년째 궁중요리 등 전통요리를 연구해온 신미화(64) 경희궁혼례음식원 원장이다.

울산시는 5개 구·군,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디지털 향토 백과사전인 ‘디지털 울산 문화대전’ 편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산의 지리와 역사 문화유산, 성씨와 인물, 생활과 민속 등 다양한 향토문화 자료를 집대성하는 사업이다. 200자 원고지 2만8000매, 사진,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 7500건 분량이다. 사업비는 15억원이다. 올해 말 사업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전통요리 연구가인 신미화 경희궁혼례음식원장이 지난 14일 울산시 남구 경희궁혼례음식원에서 울산에서 사라진 향토음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 원장은 지난해 7월쯤 이 사업의 기초조사연구, 원고 집필을 맡은 울산대학교박물관의 제안으로 참여했다. 그를 지난 14일 울산시 남구 경희궁혼례음식원에서 만났다.

신 원장은 “평소부터 울산의 옛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 조사를 해둬야지 생각하던 차에 제안을 받아 즐겁게 조사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발품 팔아가며 신 원장이 기록한 자료는 10가지 음식, 200자 원고지 15장 분량이다.

옛 음식을 알려면 울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울산 북구 정자, 울주군 범서 등지에서 사는 토착민들을 수소문했다. 그들의 자녀와 손자녀 등에 먼저 연락을 취했고, 이들과 함께 어르신을 찾아뵀다. 이렇게 만난 어르신은 20명 정도다. 모두 80∼9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다. 신 원장은 “구술조사 작업을 벌이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사라졌을 음식이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

이번 작업으로 얻은 것이 누름떡, 황어쑥국, 털게수제비, 전복쌈 같은 음식이다. 오랜 시간 전통요리를 연구해온 그조차 처음 들어본 음식이었다.

전복쌈은 부잣집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던 요리라고 한다. 말린 전복을 불려 얇게 포를 뜬 뒤 잣과 꿀을 넣고 송편처럼 만든 것이다. 당시 전복이 얼마나 컸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울산 사람들은 봄에는 태화강에 회유한 황어를 잡아 쑥국을 끓여먹었고, 가을엔 털게를 찧어 반죽을 해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멸치를 삶은 물에 간장을 넣어 졸인 ‘유지렁(기름간장)’도 많이 사용됐다. 당시 울산의 바다가 얼마나 풍요로웠는지를 알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누름떡은 그나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찹쌀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익반죽한 뒤 솥뚜껑에 얇게 구운 떡이다. 그대로 조청에 찍어 먹기도 했고, 보관하다 떡국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누름떡과 전복쌈은 재해석해 내놓을 계획이다. 다시 울산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신 원장의 다음 목표는 울산의 제사문화와 혼례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는 “음식은 문화의 최고 정점에 있다”며 “그 지역민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뿐 아니라 지역의 환경, 예절, 문화가 모두 담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소중한 음식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쉽기만 하다”며 “이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제가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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