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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가축이냐 반려동물이냐"… 청와대까지 개입한 '개 식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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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6 15:28:52 수정 : 2018-08-16 15: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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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인 개를 굳이 먹어야 하나요?”(동물권 단체 관계자)

“개는 반려동물이기 전에 가축입니다. 다른 가축들은 먹지 않습니까?”(대한육견협회 관계자)

해마다 반복되는 ‘개 식용 논란’이 개에 대한 ‘지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개가 가축에서 제외될 경우 개 식용을 금지하는 토대가 될 수 있어 찬반 단체의 논쟁이 뜨겁다. 

말복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동물권단체의 개 도살 및 식용 반대 집회가 예고됐다. 동시에 서울 곳곳의 보신탕집은 올여름 마지막 복날을 맞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집은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안의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신탕집 관계자는 “복날을 전후로 3일간은 점심, 저녁으로 손님이 많다”며 “복날 전후로는 예약 손님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동료들과 보신탕집을 찾은 박모(30)씨는 “개고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종종 먹는다”며 “소나 돼지도 먹는데 개만 먹으면 안된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개는 ‘가축’이면서 동시에 ‘반려동물’에 속한다. 축산법은 소, 돼지와 함께 개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돼 있지 않다. 동시에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에도 속한다. 이러한 개의 이중적 지위는 개 식용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간 동물권단체들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축산법상에 규정된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개 도살이 불법이 되고, 보신탕도 사라지게 된다’는 청원이 올라와 21만여명이 동의했다. 이에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농장에서 기르는 동물을 가축으로 정의한 기존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의 가축법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동물권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동물권 단체 케어가 말복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고기 판매업소 5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육견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하위법령인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빠져있다는 이유로 상위법령인 축산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식용견은 175만마리로 추산된다. 전국의 식용견 사육 농가는 1만7000가구, 150만여명에 달한다. 주 사무총장은 “개를 기르는 농민들이 여론 대응에 미숙하다 보니 농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농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위헌 헌법소원 인용`과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개 식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화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국민 10명 중 9명이 ‘보신탕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한 동물권단체의 조사에서는 18.5%만이 식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여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 개 식용 찬성은 39.7%, 반대는 51.5%로 드러났다. 식용에 반대하는 것과 금지하는 것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 이유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개를 먹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과 개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개 식용을 금지시키려면 시민 대다수가 부인할 수 없는 법률적 근거나 사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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