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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인정 넘치는 사람들…흥 넘치는 재래시장…구경하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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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7 08:00:00 수정 : 2018-08-15 20: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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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에테 (끝)
 
크루즈에서 함께 여행온 파페에테 출신 부부를 만나 친해졌는데, 크루즈에서 내리던 날 섬에서 머물 호텔 주소를 꼭 달라더니 오늘 호텔로 직접 마중 나온 것이다. 호텔로 찾아온 아나니아는 공항에서 일을 하고 퇴직했다. 타히티 사람들이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부인이 크루즈를 타고 싶다고 해서 이번 크루즈 여행을 함께했다고 한다.

시내로 가는 동안 본인의 일상에 관한 설명을 해주던 아나니아는 현재 임대업을 하고 있지만 워낙 세금이 많다고 투덜거렸다. 열대의 천국에서도 살아가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해서 웃음이 났다. 다음에 다시 타히티를 방문하면 자신의 집에 머물라고 초대까지 한다.

크루즈에서 내린 후 머문 파페에테의 성당.
그와 함께 시내에서 성당을 방문하고 시장에 들렀다. 현지인들이 찾는 시장이어서인지 도착 첫날 방문한 시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아나니아를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다.

여행에서 만난 친구라며 소개를 해주니 나까지 현지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시장 상인들이 신선한 과일주스를 건네기도 하고 환영의 조개 목걸이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아나니아가 돈을 건네고 상인은 안 받겠다고 서로 실랑이를 한다. 판매를 하는 건지 거저 주는 건지 애매한 분위기라 선뜻 나까지 나서기가 쑥스러워 얼굴 가득 웃음만 띠고 있었다. 

파페에테 현지인들이 찾는 시장에선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상징하는 티아레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여행객의 코끝을 자극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향했다. 중국식이다. 타히티에서 중국식이라 낯설 듯하지만 중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한다. 이곳은 크루즈에서 만난 히메네 부부가 추천했다고 한다. 히메네 역시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설명해주며 음식이 맛있어 자주 외식하는 식당이라고 안내해준다. 자리에 앉으니 식당에서 만나기로 한 히메네가 도착했다. 남편은 일상으로 돌아가 직장에 출근하고 자신은 오전에 집안일을 마치고 점심 이후부터 우리와 함께 할 거라 설명한다.

식당에서 역시 히메네의 사촌 동생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이곳은 인구가 적어서인지 번화가에서 만나는 것이 일상이다.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고, 극구 사양하는 그분들을 대신해 식사 값을 지불하고 나섰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준 답례로 작지만 성의를 표시하고 싶어서였다.

점심 식사 후 아나니아, 히메네와 함께 흑진주 매장으로 향했다. 크루즈에서 친해졌던 계기가 아나니아의 목에 두른 흑진주를 칭찬하면서부터였다. 흑진주가 너무 아름답다고 하니 같이 매장을 가주겠다고 하면서 함께 있게 된 셈이다. 상점에는 타히티 특산물인 흑진주가 너무나도 화려하게 펼쳐져 있지만 고심 끝에 어른들 위한 흑진주 알을 하나씩 사서 매장을 나왔다.

매장 밖에서 아나니아와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을 하고 히메네와 함께 쇼핑에 나섰다. 오전에 음료수를 마시고 조개 목걸이를 선물 받았던 시장으로 돌아와 포장된 바닐라를 몇 개 사들었다. 워낙 좋은 바닐라라 하니 요리하는 친구들 생각이 떠올랐다. 유통기한이 몇 년이나 돼서 바쁜 일상에 만나기 어려워도 언제인가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상품으로 천연오일과 비누를 구입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상징하는 티아레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상점을 지나칠 수 없어 천연제품의 비누와 오일을 구입하니 늘어가는 짐이 서서히 걱정되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마냥 시간을 보내면 주섬주섬 짐이 늘 것 같아 시내 거리로 나와 시원한 음료를 한잔하기로 했다. 모두 일상생활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보니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여유가 왠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다시 마주칠 일상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부질없는 걱정을 떨치고 ‘히나노’ 맥주를 주문했다. 타히티어로 아가씨를 뜻하는 ‘히나노’ 맥주는 맥주회사 명성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생활용품 및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히메네를 따라 매장으로 들어서 기념품을 대신할 티셔츠와 모자를 구입했다. 타히티 여인을 아이콘으로 활용한 제품들이 세련되게 진열돼 있어 눈길을 끄는 매장이었다. 

파페에테섬에 있는 타히티 방송국.
원래는 타히티의 유명한 ‘타하라 전망대’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히메네가 더 멋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며 해안가와 동떨어진 언덕으로 올랐다. 멋진 집들이 즐비하다. 멋진 집들을 따라 언덕을 더 오르니 큰 건물이 나타난다. 경비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며 이곳이 어디냐 물으니 히메네의 남편 직장이란다. 남편이 일 때문에 나오지 못해서 아쉬우니 직장으로 놀러오라고 했다고 한다. 예정에 없이 방문하게 된 곳은 타히티의 방송국이었다.

크루즈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의 도움으로 방송국 곳곳을 둘러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전경을 보니 타히티 최고의 ‘뷰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도 멋졌지만 타히티까지 와서 방송국을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고 보니 히메네의 남편이 타히티 방송국의 책임자라고 한다. 직접 방송국 곳곳을 둘러보며 설명해주고 꺼진 스튜디오의 불까지 켜주시며 안내해준다. 직원들도 일하다 갑자기 마주친 한국인이 신기한지 반갑게 맞아주며 다양한 방송국 얘기를 해준다. 뉴스를 진행하는 데스크에 앉아 기념사진까지 찍고 방송국을 나섰다. 부부의 다음 여행계획이 일본이라는 말에 한국도 꼭 놀러오라고 당부했다. 여기서 받은 친절을 한국에서 베풀어 주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갑자기 마주친 한국인이 신기한지 방송국 직원들이 일하다 다양한 방송국 얘기를 해준다.
크루즈에서 친해진 현지 부부의 도움으로 멋진 타히티에서의 꿈같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니 서둘러 짐을 싸고 마지막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남반구의 하늘을 가득 메운 별빛이 여행객의 마지막 아쉬움을 위로하는 듯하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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