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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푼돈연금' 더 많아진 보험료, 더 오래 감당…2030대는 무슨 죄?

입력 : 2018-08-16 05:00:00 수정 : 2018-08-16 09: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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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저출산 현상과 빠른 고령화, 기대수명 연장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기존 예상치인 2060년에서 3년 정도 앞당겨진 2057년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기금 고갈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민연금을 부담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수령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도 '용돈연금' '땜질연금' '푼돈연금' 이라는 지적을 받는 연금수령액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려면 보험료를 올리고 받는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20년 만에 보험료율이 오르면 기업과 직장인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년은 60세인데 의무가입 연령이 65세로 늘어나는 문제도 결코 가볍게 볼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소득이 없고 연금도 없이 견뎌야 하는 시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입니다. 더 많아진 보험료를 오래 감당해야 하는 청년층의 강한 반발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 기간에 정치권과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목표는 유지하면서 갈등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 '재정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개편의견이 나오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낸 돈 돌려주고 차라리 폐지하라"는 폐지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더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2030대의 불만이 커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은 세계 각국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단골메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에서도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7∼68세로 상향 조정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등에 따르면 두 위원회는 4차 재정추계에서 기금고갈 시기가 애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방안을 내놨다.

현행 9%에 20년간 묶인 보험료율을 10.8∼13%로 올리고, 의무가입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금수령 나이는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

지금보다 보험료는 더 많이, 오랜 기간 내지만 연금은 더 늦게, 적게 받는 것이어서 겉으로 보면, 가입자에게 불리한 것처럼 비치는 게 사실이다.

◆공무원연금 웃고? 국민연금 울고?

이런 개선책은 결코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세대 간, 세대 내 연대' 정신에 기초해 연금개편 논의를 할 때마다 공통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보고서나 정책현안자료를 통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연금 수령시기 연장방안을 또다시 제안해 논란을 낳았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작년 2월 '공사연금의 가입 및 지급연령의 국제비교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만 65세에서 만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 수급연령을 만65세에서 만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70세로 올렸거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영국은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갈수록 늘어나는 기대여명의 변화를 고려해 연금 수급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0세에서 2020년까지 남성과 여성 모두 66세로 올리고, 다시 2026~2028년에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프랑스는 2010년과 2013년 연금개혁을 거쳐 연금 수급연령을 65세에서 2023년부터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현재 60세 미만으로 돼 있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도 연금수급 연령(만 65세)에 맞춰서 65세 미만으로 5년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5세 올라가는 수급개시연령에 맞춰서 단계적으로 가입상한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시한 제도발전위원회 방안과 동일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도 지난 4월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수급개시 기준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공적 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출산율 저하로 연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면서 공적 연금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고려해서다.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후세대는 젊은 시절 연금만 납부하고 노후에 제대로 된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18년 기준 연금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제도발전위원회는 이번에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65세로 수급연령조정이 마무리되고 나서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5년마다 1세씩,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입자들이 가장 불만을 많이 터뜨리는 부분이다. 이러다간 보험료만 내다가 결국 받지도 못하고 숨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제도발전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미래 노동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질 퇴직연령과의 괴리만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 노후소득보장 수단을 국민연금 단일체계 중심에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통한 다층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文 "국민연금 개편안, 대통령이 봐도 납득 안돼"

정부는 연금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민간전문가들이 제안한 '자문안'일뿐 정부의 공식 정책안이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공론화와 입법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연금 문제로 여론이 들끓는다는 보도를 봤는데, 일부 보도 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공개된 보험료 인상과 가입연령 상향조정을 골자로 정부의 정책자문안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적한 것으로, 향후 국민연금 정책조정 과정에 공개된 자문안이 반영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의무가입 상한연령이 65세로 늘고 60∼64세의 고령에도 직장을 다닌다면, 직장가입자이기에 보험료의 절반(나머지 절반은 사용자가 부담)만 내고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납부예외'를 신청,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돼 가입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연금재정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개선방안을 보면, 현재 62세인 연금수령 개시 연령은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33년 65세가 되는데, 이에 맞춰 의무가입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할 경우 가입기간이 늘어 연금액이 증가하고 최소가입기간을 충족한 연금 수급자도 늘어난다.

제도발전위원회 분석 결과, 가입 상한연령을 연금 수급연령 일정에 맞춰 65세로 상향 조정하면, 수급자 확대에 따른 연금지출 증가로 기금소진 시기가 2년이나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다 고령자를 고용한 기업이나 고용주들이 추가로 짊어져야 할 보험료 부담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에서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 2048년까지 68세로 연장하면 재정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가입자에게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영석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시점 5년이상 늦출 수 있어"

자유한국당은 최근 국민연금 개선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수익률 저하와 재정고갈에 대해 사과도 없이 보험료 인상과 수급개시 연령 상한 카드부터 꺼내 들었다"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특히 한국당은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른바 '국민연금 도둑방지법 3건'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며 "6%대의 수익률을 유지하던 국민연금의 운영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함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을 보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까먹어 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재정고갈 시점과 곤두박질치는 수익률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보험률 인상과 수급개시 연령 상한 카드부터 꺼내 들 태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여론을 떠보는 얄팍한 술수를 중단하고 연금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의 노후수단이 위협받지 않도록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인 만큼 기금 운용 전문가들을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정권의 쌈짓돈처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연금 도둑방지법 3건'을 8월 임시국회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폭탄', '전기요금 폭탄'에 이은 '국민연금 폭탄'"이라며 "정부의 무능과 경제 실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식 대책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 시점을 5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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