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믿었던 것의 배신에 깊어진 소비자 불신…허탈함을 어찌하나

입력 : 2018-08-13 08:00:00 수정 : 2018-08-12 22:53: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에 이어 같은 이유로 리콜에 들어간 까사온 토퍼와 주행 중 화재 발생으로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BMW 사태까지 터지면서 지난 3개월여 소비자들은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쓸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잘못된 제품을 생산했다는 지적이 제조업체에 쏟아지는 가운데 생산과 판매 단계에서 관계 당국이 감독·관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전국 물류망을 갖췄다는 이유로 우체국 직원들까지 회수에 동원된 대진침대 사태는 처음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라돈 매트리스 1만7000여장이 쌓인 충남 당진항 고철야적장에서는 최근까지도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들과 정부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매트리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던 약속을 지키라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당국 관계자들은 △“사전 허락 없이 매트리스를 들여와 죄송하다” △“해체작업 과정에서 방사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결방법을 시와 논의하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지만 갈등이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가 대진침대 회수에 들어간 지난 6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에 회수 대상 매트리스가 놓여 있다. 김동환 기자.


충남 천안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에서 시작된 매트리스 해체작업도 발을 떼기는 했으나 갈 길이 멀기는 마찬가지다.

야적장 곳곳에 조명등을 두고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정되었으나, 라돈 발생의 핵심 이유로 지목된 원료 모나자이트의 폐기방법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뚜렷이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자이트에 오염되지 않은 일반폐기물은 절차에 따라 처리되며,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물질만 따로 모아 비닐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해체에 동원되는 인부들의 건강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라돈이 검출된 토퍼(깔개) 상품 ‘까사온 메모텍스’를 회수하고, 환불 또는 교환을 실시한다고 지난달 공지한 까사미아는 이달초 리콜대상 제품 3000여개를 추가 확인했다면서, 판매처에 상관없이 모두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까시미아가 밝힌 리콜대상 상품명은 △ 까사온 메모텍스(퀸) 5㎝(규격 : 150㎝ × 200㎝ × 5㎝) △ 까사온 메모텍스(퀸) 8㎝(규격 : 150㎝ × 200㎝ × 8㎝ ) △ 까사온 메모텍스(킹) 8㎝(규격 : 160㎝ × 200㎝ × 8㎝) 등 총 3종이다.

까사온 메모텍스 리콜 소식에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카페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엇을 믿고 써야 하느냐”는 네티즌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마음 같아서는 집단 소송이라도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동안 제품을 쓰면서 기침을 여러 번 해 병원에 갔는데도 뚜렷한 진단을 받지 못했더니 이유가 토퍼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메모텍스 제품 및 라벨 이미지. 까사미아 제공.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제품이 생활방사선제품에 관한 규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던 2011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에 따라 제조된 것으로 알려지자, 대진침대와 까사온 메모텍스 모두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나 감독이 있었다면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체에도 잘못이 있지만, 모든 상황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당국의 허술함 때문에 죄 없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잇따른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대부분에 2016년 11월 이전의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BMW가 같은해 12월부터 개량한 EGR을 장착했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히면서 이 업체가 EGR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늑장 리콜’에 관한 지적이다.

정부가 리콜대상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를 검토하는 와중에 지난 11일 인천에서 리콜 대상으로 분류된 BMW 120d 차량 화재가 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에만 BMW 차량 37대가 불탄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리콜대상이 아닌 차량은 9대다.

차주들로 구성된 ‘BMW 피해자 모임’ 회원 21명은 BMW가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BMW코리아, BMW 독일 본사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관계자 6명을 지난 9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오후 2시 자신의 차량이 불타는 피해를 당한 차주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최근 BMW차량 화재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BMW 전시장 벽면에 ‘국토부 선정 2017 가장 안전한 차’라는 홍보문구가 붙어 있다. 하상윤 기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품질이나 안전 등 문제로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건수가 국산 자동차는 감소했으나 수입자동차는 50% 넘게 증가했다. 국산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013년 615건에서 지난해 527건으로 5년간 14.3%(88건)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자동차 피해구제 건수는 198건에서 307건으로 55.1%(109건)나 늘었다.

소비자원은 완성차업체가 전면에 나서 자동차 품질 문제 등을 직접 관리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 체제인 탓에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AS) 관리에 한계가 있어서 매년 피해구제 신청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네티즌 A씨는 “소비자들은 기업과 관리 당국을 믿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산다”며 “믿었던 브랜드나 제품에서 배신감을 느낄 때의 허탈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는 우리 모두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릴 때 올바르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