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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포비아’ ‘화차(火車) 포비아’…도로 위가 무서운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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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3 07:00:00 수정 : 2018-08-13 11: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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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에 불안감 커져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BMW 서비스센터가 점검을 받으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모델과 연식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BMW 차량 화재 사고에 이어 국산차까지 화재가 발생하면서 도로 위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하루 동안만 BMW 2대, 에쿠스·아반떼·SM5 각각 1대씩 모두 5대의 차량이 불에 탔고, 11일에도 BMW 차량 화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불이 난 BMW 차량은 총 37대가 됐다. 이중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9대에 이른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BMW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리콜 대상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은 차량 결함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BMW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2일 전소된 BMW 520d.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잇따른 화재…BMW 리콜정책·화재원인 불신 가득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와 BMW가 꼽은 리콜 대상 차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또 화재의 원인으로 발표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 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BMW 자동차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지난 9일 2대의 BMW 차량에서 또 불이 났다. 특히 한 대는 리콜 대상이 아닌 모델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8시50분쯤 안양-성남고속도로 삼성산 터널 입구를 달리던 BMW 3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차량은 BMW 320d 2014년 식으로 리콜 대상이었다.
9일 화재 발생한 BMW 730Ld. 경남경찰청 제공
하지만 불과 1시간 전인 오전 7시50분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730Ld 차량은 2011년식 모델로 리콜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BMW 745i 역시 리콜 대상이 아닌 가솔린 차량이었고, 이 밖에 528i, 428i, 미니쿠퍼 5도어, 740i 등 리콜 대상이 아닌 가솔린 차량에서도 불이 났었다.

또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는 긴급 안전점검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BMW가 발표한 리콜 정책과 화재 원인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도심 건물 지하 주차장에 붙어 있는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 안내 문구. 뉴시스
◆주차금지·운행포기·서비스 중단 등…‘BMW 포비아’ 확산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BMW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주차장에서는 BMW 차량을 대상으로 주차를 제한하거나 격리하고, 차주들은 운행을 중단하는 등 BMW를 거부하거나 꺼리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대형건물과 병원,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BMW 차량만을 위해 따로 임시 주차 구역을 마련했다는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차량 화재를 걱정한 다른 운전자들의 민원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또 잇단 화재로 공포가 커지면서 운행을 중단하는 BMW 차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무서워서 못 타겠다” “다시는 BMW 안 살 것” 등 BMW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BMW 차량을 내놓겠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BMW 측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BMW 차량을 제공 중이던 카쉐어링업체나 렌터카 업체들도 줄줄이 BMW 서비스 중단에 나서고 있다.

연이은 화재 사고에 BMW코리아·국토교통부가 리콜을 포함한 안전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화재가 끊이지 않자 ‘불자동차’ ‘민폐자동차’로 낙인찍힌 BMW 차량에 대한 불안 심리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9일 화재 발생한 에쿠스. 연합뉴스
◆에쿠스·아반떼·SM5서도 화재…도로 위 ‘화차(火車) 포비아’

최근 BMW에 이어 에쿠스·아반떼·SM5까지 차량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BMW 승용차 2대가 불에 탄 지난 9일 경북 상주에서는 현대차 에쿠스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한 명이 숨졌고, 이어 현대차 아반떼와 르노삼성 SM5 승용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에서 불이 가장 많이 난 차량은 현대차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록 차량 대비 화재 건수로는 BMW가 최다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차량 결함이나 방화 등으로 불이 난 건수는 현대차가 1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아차는 429건, BMW는 58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집계로는 국산차의 화재가 빈번했지만 제조사별 등록 차량 대비 화재 비율은 BMW가 1만대 당 1.5건으로 현대차 1.1건보다 더 많았다.

이 통계는 제품 결함에 따른 불 이외에도 운전자 부주의, 교통사고, 방화 등에 따른 화재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차량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차량 브랜드별 화재 사고를 조사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브랜드별 자동차 화재사고 면밀히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청원자는 “BMW의 경우 리콜 등 대책 마련이 준비되고 있으나 연간 기타 화재사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투명하지 않다”며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이 청원글에는 12일 오후 현재 2700여명이 동의했다.
9일 경찰에 고소장 제출하는 ‘BMW 피해자 모임’. 뉴시스

◆경찰, BMW 사건 수사 본격 시작…정부, 운행정지명령 검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오후 2시 BMW가 불타는 피해를 본 차주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친 뒤 유관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BMW 차량의 결함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BMW 관계자들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BMW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앞서 9일 BMW 차량 화재 피해자 21명으로 구성된 ‘BMW 피해자 모임’은 BMW가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과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 등 6명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한편 BMW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차량 운행정지에 대해 “현행법상 운행정지 명령 불이행은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사례에도 일률 적용하는 것은 가혹할 수 있어 차주가 운행정지된 차량을 몰다가 사고를 낼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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