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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국방개혁 2.0, 한국군을 표범같은 군대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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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1 10:00:00 수정 : 2018-08-10 2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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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공정작전훈련에 참가한 주한미군 CH-47 헬기가 한국군 장병들을 태운 채 훈련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 2.0이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군 병력을 줄이는 대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첨단 과학기술군대를 건설해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국방개혁 2.0의 주요 내용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국방개혁 2020이 전력증강예산 확보에 실패해 개혁 효과가 반감됐다는 점을 감안, 재원 확보를 강조하면서 비용 절감을 언급했다. 법적 토대를 다지기 위해 법령 제정과 개정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훈령이나 인사조치 등을 통해 국방개혁 2.0의 동력을 확보하기로 하는 등 과거 정부의 국방개혁 실패 교훈을 반영했다.

하지만 국방개혁 2.0이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군비 축소가 거론되는 등 군 규모가 줄어들면서 전력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지만 이를 해소할 방법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육해공군 균형발전과 최단시간 내 최소희생에 의한 승리 해법으로 제시되는 입체기동작전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공병들이 육군 KM9 공병장갑차의 부교 도하를 지원하고 있다. 육군 제공

◆병력감축은 ‘확실’, 첨단군대는 ‘불확실’

국방개혁 2.0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병력감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전력공백을 막을 대책의 실효성은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국방개혁 2.0은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을 위해 군 구조와 전력을 첨단 과학기술 기반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드론봇(드론+로봇)과 워리어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전력구조를 만들고 원거리 정밀타격능력 강화와 감시정찰 능력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현재 61만8000여명인 병력은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소한다. 육군에서만 11만8000여명이 감축된다. 북한이 128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면 북한 대비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군복무기간도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든다.

4년 동안 일어날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우려면 현 정부 임기 내에 병사 2~3명이 수행하는 임무를 혼자서 맡을 수 있는 수준의 첨단 장비들이 일선에 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장비 개발이 성공해 제때 배치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K-11 복합형소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미국 육군이 5.56㎜소총과 유탄발사기를 결합한 OICW 개발을 추진하자 우리 군도 2000년부터 8년간 185억원을 들여 K-11을 개발한다. 대당 1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지만 병력감축에 따른 보병 전투력 저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육군 중장비 수송트럭이 K-1 전차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은 2010년부터 4400억여원을 투입해 1만5000정을 도입, 보병전투력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배치 초기부터 기술적 결함이 속출했고, 시험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장병들이 부상했다.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업체 관계자들이 시험방법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 결과 지금쯤 일선부대 지급이 거의 마무리됐어야 할 K-11은 현재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고, 보급된 물량도 창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도 품질검사 도중 비정상적 격발이 발생해 전력화 일정이 6개월 이상 추가 지연될 전망이다. ‘첨단’이라는 개념이 육군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워리어플랫폼 시스템도 향후 10여년 동안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병력감축을 상쇄할 보병 전투력 보강은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불가능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략무기를 자체 개발할 때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국산 천궁 지대공미사일은 개발완료까지 12년, 철매-2 블록1 요격미사일은 6년이 걸렸다. 병력감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군 입장에서는 무기개발이 완료될때까지 무작정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소요 제기부터 무기 도입에 이르는 방위력개선사업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 무기를 도입해도 야전부대에 배치해 전투력을 발휘하는데 또다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K-11처럼 제몫을 못하면 군에 부담만 안기는 격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군을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줄어들 병력을 대체할 수단은 제로”라며 “첨단 전력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전에 병력부터 줄여서 안보공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 국방개혁 2.0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입체기동작전,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

육해공군 전력을 입체적으로 동원해 적 중심을 타격, 최단시간 내 최소희생으로 승리한다는 입체기동작전의 실효성도 논란거리다.

입체기동작전은 선진국 군대라면 누구나 꿈꾸는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로 입체기동작전을 시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북한을 상대로 입체기동작전을 시행하면, 지상군을 평양 등 북한 내 전략목표를 향해 북진하게 된다. 북한은 평양-개성, 평양-원산 등 일부 지역만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고 대부분 지역은 낡은 도로와 철도, 교량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콘크리트 대전차장애물은 도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급조폭발물(IED)에 의한 기습 가능성도 높다.
육군 K-2 전차가 표적을 향해 포격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이같은 악조건을 뚫고 지상군이 진격하려면 대대적인 장비 확충이 불가피하다. K-2전차가 배치되고 K-1E1 전차와 K-200 장갑차 등 전투장비는 성능개량이 진행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으나 전투지원장비의 뒷받침이 없으면 입체기동작전은 절름발이 작전이나 다름없다. 지뢰지대 제거에 필요한 장애물 개척전차는 현대로템이 개발해 최근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았지만 양산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전차와 장갑차가 신속히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주도하장비도 실전배치되지 않았다. 기갑차량에 연료와 식수, 식량, 탄약을 보급할 유조차, 물탱크 운반 차량, 전술트럭, 탄약운반트럭 등도 대량으로 갖춰야 한다. 조 단위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민간 차량을 구매한다 해도 현 정부 임기 내 전량 실전배치는 불가능하다.

상륙작전과 공수작전능력 확충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북한 해안에 해병대를 상륙시켜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해병대를 지원할 공격헬기가 필요하다. 해군에서 가장 큰 상륙함인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를 탑재할 공간도 부족하다. 프랑스 미스트랄급(2만1000t) 수준의 강습상륙함 2척 이상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공수작전에 필요한 전술수송기와 헬기를 도입하고 공수부대가 사용할 경량화된 무기-곡사포, 박격포, 다연장로켓 등-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 상륙작전과 공수작전을 지원할 공군 정밀유도무기도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확보하려면 수 조원의 예산과 10년의 세월이 걸릴 전망이다.

병력은 줄어들고, 이를 대체할 전력보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군 전투력 약화는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력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에 의한 연합작전능력 강화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완벽한 의미의 입체기동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미군의 연합작전은 독자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지기까지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군의 보완전력에 의존하면 할수록 전작권 전환은 알맹이 없는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당면한 적이 없는 유럽과 달리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나라다. 대규모 군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개혁이나 실험의 폭을 넓히는 모험을 할 수 없다. 미래 군 구조 개혁에 대한 이상적 관점을 버리고 기본적인 방어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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