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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남녀갈등…현실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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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1 09:00:00 수정 : 2018-08-11 11: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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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게임 속 남성혐오①] 페미니스트 게이머 및 삽화가 모임 등장 “남성들을 위한 컨셉 게임을 만들면서 개발자가 여성 우월주의 성향을 가진다는게 말이 됩니까.”

10일 평소 모바일 RPG게임을 즐겨하는 변모씨는 최근 불거졌던 게임 속 남녀갈등 문제에 대해 이렇게 운을 띄었다. 그는 “게임에서 마저도 이런 남녀간 갈등이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하는 유저 입장에서 게임 삽화가가 여성 우월주의자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워마드의 시대’다. 남성 혐오 성향의 사이트인 워마드 논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남성유저가 대부분인 게임업계에서도 메갈리아와 워마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개발자나 삽화가가 과거 SNS를 통해 메갈리아 등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사이트에서 활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백억원을 공들여 만든 게임도 유저들에게 외면받는다. 게임 속 여성우월주의 논쟁을 살펴봤다.

김지연씨가 SNS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게임 속 워마드, 메갈리아 등 남녀간 논쟁

게임 업계에서 남녀간 갈등 문제는 콘텐츠 제작자의 성향과 이를 이용하는 유저간 갈등으로 점철된다. 실제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컨셉 게임을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삽화가나 개발자가 만들 경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상 게임업계에서 메갈리아 논란의 시작은 2016년 7월 국내 대형 게임업체인 넥슨이 자사 온라인 게임인 ‘클로저스’ 제작에 참여한 성우 김자연씨를 교체한, 이른바 ‘넥슨 사태’로 촉발됐다.

당시 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페미니즘을 표방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고, 넥슨은 김시의 캐릭터 음성을 교체했다. 당시 김씨뿐만 아니라 그녀를 지지한 동료들과 웹툰 작가들까지 이른바 ‘메갈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소녀전선 K7 일러스트.
이후 지난 3월 모바일 RPG게임 ‘소녀전선’의 새 캐릭터인 ‘K7’을 만든 삽화가가 평소 메갈리아나 워마드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녀전선의 공식카페에서는 해당 삽화를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게임을 개발한 X.D 글로벌 측은 공지를 통해 “관련 소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증거를 조사한 후 그에 합당하게 조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K7’은 공개 4시간 만에 업데이트가 연기됐고 삽화도 교체됐다.

이렇게 시작된 게임 속 메갈리아와 워마드 논란은 플레로게임즈 ‘여신의 키스’, X.D. 글로벌 ‘벽람항로’ 같은 모바일 게임부터 넥슨 ‘클로저스’, ‘트리 오브 세이비어’, ‘아르피엘’, 스마일게이트 ‘소울워커’ 같은 PC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 게임으로 번졌다.

◆게임 유저 75%가 남성…목소리 내는 여성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75%, 여성 65.5%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은 남성 50.4%, 여성 26.8%, 모바일 게임은 남성 59.3%, 여성 60.3%, PC 패키지 게임은 남성 23.5%, 여성 10.8%, 비디오 콘솔 게임은 남성 12.6%, 여성 6.0%가 즐기고 있다.

월평균 구매 비용을 보면 온라인 게임은 남성 2만8579원, 여성 2만6182원을 사용하고 있고, 모바일 게임도 남성 2만6104원, 여성 2만882원을 이용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비디오 콘솔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 이용자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에서 업계의 대응방식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메갈리아 논쟁에 불이 붙거나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될 경우 삽화가나 개발자 교체에서 답을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페미니트스 게이머들의 모임인 ‘페이머즈’ 계정.
특히 이같은 상황에서 페미니트스 게이머들의 모임이 생겨나는 등 여성들도 대처하고 있다. 지난 1월 전국디바협회는 페이머즈로 이름을 바꾸며 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게이머의 모임을 표방했다. 이들은 소개문에서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동 중인)게구리 선수는 한국의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단순히 ‘여자는 저렇게 게임을 잘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핵(불법프로그램) 사용 의심을 받았다”며 “성평등한 2060년을 만들기 위해 페미니즘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게임업계에서 논란의 ‘희생양’이 됐던 여성 삽화가들이 모여 ‘여성 프리랜서일러스트레이터연대’를 구축했다. 이들은 “게임업계의 연이은 사상 검증 광풍 속에서 작가 개개인이 대처하기 어려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 그 피해가 멈추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작가들이 단결해 부당한 처우에 함께 대처하며,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속 이념갈등, 현실 세상으로 나오다

게임 속 이념 갈등이 여성 우월주의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는 챕터 제목으로 인해 일베 논란이 번졌다. 이 게임의 당초 챕터 ‘4-19’는 ‘반란 진압’, ‘5-18’은 ‘폭동’이었는데 순서대로하면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킨다. 이를 두고 유저들은 ‘일베’식 표현이라며 비난했고, 개발사 대표가 사퇴라는 강수를 뒀지만 3년 동안 개발된 게임은 결국 서비스를 종료 하고 말았다.

수 많은 게임이 연달아 출시되고 이는 시장에서 많은 유저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게임을 만드는 제작사나 개발자, 삽화가의 능력이나 성향까지도 고려요소가 된다.

실제로 지난 3월 게임 속 메갈리아 논란이 발생했을 때 게임 유저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메갈리아나 워마드와 연관된 게임의 구매나 다운로드를 거부했고, 게임회사들은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다.

특히 남성 유저들은 여성우월주의 성향의 삽화나 게임에 대해 극도의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RPG 게입을 주로하는 이모씨는 “메갈리아나 워마드, 일베 어느 쪽도 편을 들 생각은 없다”며 “어차피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이 많은데 굳이 논란이 되는 게임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메갈리아 논란이 발생했던 게임들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미소녀 등장 게임들”이라며 “이런 게임에서 메갈리아 논란이 확산될 경우 남성 유저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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