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 이후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실태를 점검한 결과 국회의원 38명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38명 명단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넘겨졌으나 문 의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문 의장 자신도 코이카 돈으로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혐의’로 명단에 올라있다. 국회가 김 전 원장에게 퍼부었던 추상같던 추궁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 꼴이다.
국회가 묘안을 냈다. 피감기관 등 외부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 출장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로 ‘국회의원 국외활동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국외활동 심의위 설치 이전 피감기관 지원으로 갔다온 외유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로 한 모양이다. 가슴을 졸이고 있던 38명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남 눈치 안 보고 다니던 해외여행도 어렵게 됐다”고 입맛 다시는 의원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의위는 여야 의원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인사 없이 국회의원들끼리 얼굴 맞대고 하는 심의가 어떻게 굴러갈지는 안 봐도 뻔하다. 똑같은 일을 해도 어쩌면 이렇게 수준 이하의 행태만 보여주는지 알 수 없다. 새출발을 하려면 과거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개혁을 외쳐놓고 돌아서면 그만인 국회가 꼭 그 짝이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내로남불’의 행태가 가관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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