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계엄문건, 실행의지" 소강원·기우진 "실행회의 안해"

국회 정보위서 기무사 ‘자중지란’

국군기무사령부가 탄핵 정국에서 작성한 계엄 실행계획 문건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계엄 문건에 대해 “실행의지가 있다고 봤다”고 밝힌 반면 계엄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5처장은 “실행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계엄문건을 둘러싼 국방부와 기무사 간 진실공방이 기무사 내부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이 사령관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문건과 관련, “실행이 되지 않았다고 실행계획이 아닌 것 아니다”면서 “실행의지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 사령관이 왜 그렇게 봤다고 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건을 보면 판단이 되잖아요”라면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실행계획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등 기무부대장들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 사령관은 회의 도중 잠시 밖으로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무사령부의 ‘하극상’ 지적에 대해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 부대고, 장관님께 충성을 다하는 부대”라며 “저는 장관님의 부하이고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무사의 순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이 있다. 철저히 개혁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우리 군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그런 개혁을 장관께서 추진하고 있다”며 “저희도 적극 동참해서 그 개혁을 잘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 문건을 작성한 소 참모장과 기 5처장은 “실행을 위한 회의를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면서 “애초부터 비밀문건으로 등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스탬프(도장)만 비밀문건으로 찍혔고 애초 이를 2급 비밀문건으로 등재를 하지 않았다”면서 “내란이나 쿠데타를 하거나 뭘 모의하려고 만든 문건이 아니라 대비계획, 페이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문서는 2월 17일에 ‘절차 정도 알아보라’는 작성 지시를 (장관으로부터) 받고 2주에 걸쳐 15명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작성했다”면서 “단 한 차례도 장관 윗선에 보고됐다든지 결정됐다는지 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형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