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진에어 면허취소 결정 임박… 고민 깊은 국토부

강행 땐 당장 직원 1600여명 일자리 잃어/비행기 예약 승객 150여만명에 ‘불똥’/11% 넘는 외국인 투자자 소송 가능성도/여행업계 등 유관산업에도 영향 미칠 듯

진에어 면허취소를 결정할 청문회가 임박하면서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면허취소를 강행할 경우 진에어 직원 고용불안은 물론 항공·관광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외국인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결격 사유를 제대로 파악·관리 못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토부가 뒤늦게 행정처분에 나선 데 대한 진에어 내부 직원의 반발과 동요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30일 예정대로 세종시에서 청문 및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절차를 진행하고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를 논의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진에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직원모임이 국토부에 요구한 투명한 절차 진행을 위한 공개 청문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문 뒤 실제 면허취소가 이뤄질 경우 그 파장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우선 면허가 취소되면 피해는 이미 진에어 항공권을 구매한 수많은 고객에게 전가된다. 진에어는 2017년 기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전체의 22.2%에 달하는 국내·국제선 운송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또 올해 10월까지 이 회사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이 150여만명이다.

면허취소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진에어에 대한 제재와 이에 따른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진에어는 주력 기재인 보잉 737-800 2대를 지난 19일과 30일 각각 들여와 8월부터 청주∼오사카·울란바토르·다낭 등의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19일에 도착한 기재의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면허취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2대의 기재 승인 보류로 인해 약 15만여 공급석, 4000여 항공편 운항이 불가능해졌다. 그 사이 사용할 수도 없는 항공기에 대한 임대료도 물어야 한다.
진에어 면허취소는 유관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대형기를 운용하며 다양한 노선을 제공하고 있어 면허취소 시 여행사들의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사업규모 조정, 인력 재편성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진에어 면허가 취소될 경우 수천억대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진에어의 주가는 2만3000원대로 지난 4월 최고 주가인 3만4300원과 비교하면 약 30% 하락해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심각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요다. 이들은 국토부가 과거 미국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과실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국가소송(IS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진에어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11%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송 액수가 최소 1000억원 이상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가뜩이나 현재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 소송에서 우리가 이긴 사례가 한 건도 없다. ISD 제기 후에는 소액주주 대표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진에어 면허취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단순히 ISD로 인한 투자자 피해와 보상뿐만 아니라, 1600여명의 진에어 직원, 1만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의 일자리도 걸려 있는 문제라서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는 정부, 업계, 투자자, 근로자 모두가 잃는 것만 있는 ‘마이너스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