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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모든 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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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5 09:48:58 수정 : 2018-07-25 0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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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한 시간이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TV 드라마 ‘도깨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주인공 공유의 명대사이다.

연인의 가슴을 울리는 이 밀어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행복한 날이라면 햇빛이 반짝이는 춘삼월을 떠올린다. 생각해보라. 인생에서 그런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겠는가? 그것만 행복이라면 우리의 행복은 매우 빈약해질 것이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눈이 와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면? 바람이 잔잔해서 좋고, 세차게 불어서 좋고, 햇볕이 있어 좋고, 날이 우중충해도 좋다면? 주인공 공유와 같은 사람이라면 아마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을 것이다.

옛날 중국의 운문 선사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이미 지나간 15일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앞으로 맞을 15일 이후에 대하여 한 마디 일러 보거라.”
아무도 대답하는 제자가 없자 선사가 말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일일시호일은 ‘날마다 좋은 날’이란 뜻이다. 좋은 날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 길일이라도 나쁜 마음으로 남을 해하는 짓을 하면 흉일이 되고, 흉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선한 일을 하면 길일이 되는 것이니 매일매일 좋은 날로 만들면서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행복은 거창하거나 고상한 게 아니다. 철학자들이 찾는 고매한 이론도, 지평선 끝자락에 걸린 무지개 같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을 수 있는 곳에 있다. 행복은 주변 존재들을 충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들에 고마워하는 마음에 있다.
~ 신간 에세이 ‘소확행(小確幸)’ 중에서 ~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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