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 "패가망신토록 엄벌" 공염불…성군기 풀린 軍

입력 : 2018-07-24 19:42:36 수정 : 2018-07-24 22:08: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육군 소장 보직해임… 이달 들어 세 번째 /‘성폭행 시도’ 해군 준장 체포 이후 / 송영무 국방, 수뇌부 소집 질타 불구 / 부하 여군 볼뽀뽀 성추행 버젓이 / 기무사 논란 와중 기강 해이 심각 / “성 인식 바로잡는 근본 대책 필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군 당국이 이번에는 고위 장성들의 잇단 성폭력 사건까지 겹치면서 군기강이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24일 “어제(23일) 한 여군으로부터 ‘A 소장에게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A 소장은 현재 직무정지 상태이며,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심의를 거쳐 오늘(24일) 오후 2시20분 보직해임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육군본부 직할부대 지휘관인 A 소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관사에서 외부단체 초청 행사를 개최한 뒤 행사 진행을 도와준 피해 여군에게 “고생했다”며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춘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군은 이런 성추행 사실을 지난 23일 소속 부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1차로 피해 여군을 상대로 조사를 한 뒤 가해자인 A 소장을 불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 군에서 장성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육군은 지난 9일 모 부대 사단장을 맡고 있던 B 준장을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했다. B 준장은 지난 3월 부하 여군과 둘이서 식사를 한 뒤 부대로 복귀하던 중 피해 여군에게 손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손을 만진 것으로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무실과 차량에서 다른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해군 C 준장이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부하 여군과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상관의 부적절한 행위나 진급 불이익 등의 피해를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군내 장성들의 성폭력 사건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군은 그동안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군인은 패가망신토록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장성 성폭력 연루 사건이 이어지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군 수뇌부를 불러 군내 성폭력 문제를 질타하고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군 내부에서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멈추고 국방부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으로 허우적대면서 군 장성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위로부터의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수술 없이 작금의 상황을 개선하기가 요원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작지 않다.

군 관계자는 “장성들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남성 중심 문화가 팽배한 병영 내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성평등교육 질적 향상 및 가해자 처벌 강화 등 일회성 조치만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저런 일로 허물어진 군심(軍心)을 방치한다면 군의 위상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도 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