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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손성원 美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 교수 "美·中 무역전쟁 계속 땐 한국 올 성장률 2% 밑돌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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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4 19:25:41 수정 : 2018-07-24 1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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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 둔화는 한국 수출에 큰 악재 / 한국 對中 수출품 중 중간재 70% 넘어 / 中 무역 감소로 한국 무역 감소 불가피 / 中 진출 삼성반도체·현대차 등도 타격 /‘소득주도 성장’ 장기적으론 영향 미미 / 기업 설비투자·고용창출 여건 마련을 / 북한이 베트남식으로 개혁·개방하면 / 남북경협이 하나의 돌파구 될 수 있어 세계 경제대국 순위 1, 2위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내적으로 경기하강 조짐이 나타나고,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유탄이 날아들어 한국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위기를 맞았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돌파하는 한국식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국제경제계에서 ‘족집게 경제분석가’로 유명한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를 서둘러 찾은 것도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위기 탈출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손 교수는 미국 내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6년에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손 교수를 선정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5인’ 중 한 사람으로 손 교수를 꼽았다. 손 교수는 1973년에 리처드 닉슨 미국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글로벌 금융기관인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을 지내는 등 정부와 월가, 학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경제 컨설팅업체 ‘SS 이코노믹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경제 신뢰도를 높여 설비투자와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손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소폭 낮췄으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품목이 70%가 넘어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금리 격차로 인해 외국 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국에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성장이기 때문에 한국의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치고,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무엇보다 기업의 경제 신뢰도를 높여 설비투자와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더는 격화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무역전쟁에 따른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0.25%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의 타격이 미국보다는 커 0.4%포인트가량 성장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기 전에도 경제성장 둔화를 겪고 있었고, 미국보다 무역의존도가 높다. 미국 연준과 중국 인민은행이 무역전쟁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인상 폭을 줄일 가능성이 있고, 인민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줄이면서 유동성을 늘려 경기부양을 모색할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급속한 경제성장 둔화를 막으려고 추가로 시중에 돈을 풀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망은.

“미·중 양국이 지금처럼 서로 치고받기를 계속하면 양측 모두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게 돼 있다. 그렇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쉽게 중국과 타협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감세와 ‘일괄세출안’(Omnibus Spending Bill) 시행 등으로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도 건강한 상태이다. 트럼프 정부는 불공정무역 관행을 손보겠다고 벼르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더는 묵과하지 않으려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는 전략적 목표가 있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중 양국은 특히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에서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양측 어느 쪽도 먼저 꼬리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고지 점령을 위해 무역전쟁의 승리를 선언하려고 한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중국도 미국의 관세 폭탄 투하에 보복관세로 맞설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관세 대결에서 미국을 이길 수가 없다. 중국은 이 때문에 비관세 장벽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제품의 통관 지연 등의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인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더는 사지 않겠다고 하면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모기지 금리, 크레디트 금리가 오르게 마련이다. 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

―이 싸움의 끝은.

“그 끝은 협상이다. 양측이 협상하기까지 사태가 계속 악화할 것이다. 양측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야 결론이 나게 돼 있다. 중국은 결국 미국산 제품을 더 구매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이 로봇, 인공지능(AI), 항공기, 의료 등의 분야에 진출하고 이를 위해 미국의 첨단 기술을 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것은 무역적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 전망은.

“글로벌 무역 감소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3.5%로 잡고 있으나 실제로 3%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틸 여력이 남아 있다. 경제성장률, 고용지표 등이 모두 좋은 상태이다.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크게 타격을 입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식으로 한국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보게 되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세계무역 둔화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어 중국의 무역 감소는 한국의 무역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반도체, 현대·기아차 등이 타격을 보게 되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은.

“급한 일을 우선 해야 한다. 한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성장이다. 한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출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조정을 통해 쿠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의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압박 등은 모두 기업에 부담을 주고, 기업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꺼린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는 항상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성장, 문재인 정부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분배를 강조하는 지도자를 선출했기 때문에 한국 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분배를 강조하게 돼 있다.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잠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한국이 남북경협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나.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하면 남북경협이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경제의 규모가 작아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북한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의 개방 등으로 철도가 연결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물자가 이동할 수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시장 확대 및 값싼 에너지 도입선 확보 등으로 한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담=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손성원 석좌교수는
●1944년 서울 출생 ●광주제일고 ●미국 하버드대 MBA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위 수석경제관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미국 LA 한미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SS이코노믹스 대표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5명의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 ●저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출구 전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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