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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도급업체 기술 빼돌린 대기업 ‘철퇴’

입력 : 2018-07-23 20:48:51 수정 : 2018-07-23 23: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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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기술유용 근절’ 선언 후 첫 적발 / 납품단가 인하 요구 거절하자 / 기술자료 제3 업체 넘겨 개발 / 두산인프라코어 고발·과징금 / 배상책임 손해액의 10배 추진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돌린 두산인프라코어가 검찰에 고발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빼돌린 기술을 다른 협력업체에 전달해 싼 가격에 제품을 생산,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9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용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번째 적발 사례다.

공정위는 23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담당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2조6513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건설기계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경영이 나빠진 상태였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업체에 핵심 부품 제작 용접·도장 방법, 부품 결합 위치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작도면 총 31장을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전달하고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면서 원래 거래하던 이노코퍼레이션은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 도면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으로, 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기술자료에 해당한다.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요구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 제공일, 제공방법, 대가, 요구의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으로 요구해야 하도록 하도급법은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한 건도 서면을 제공하지 않고 하도급업체 도면 총 382건을 입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렇게 얻은 이노코퍼레이션 승인도 11장에 기술자료 20장을 추가로 받아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지난해 7월 납품가격을 올려 달라고 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를 거절했다. 대신 이 회사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들 5개 사업자는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코스모이엔지는 현재 인상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번 제재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첫 번째 대기업의 기술유용 적발 사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기술유용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기계·전자 등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벌였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혐의를 잡아냈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하고, 또 다른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올해 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앞서 미흡했던 부분들을 이미 시정했고, 결정 내용을 검토해 추가로 시정, 보완할 부분을 조치할 예정”이라며 “공정위 결정 의결서가 접수되면 세부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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