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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일터에서 의자에 앉고, 화장실도 갈 수 있게 됐어요"

입력 : 2018-07-24 13:00:00 수정 : 2018-07-23 15: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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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어도 자리에 앉을 수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보장받지 못해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인도 서비스직 여성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로 케랄라 주(州) 정부가 개정안 발효를 결정하면서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드리웠다.

개정안이 발효되어도 실제 노동환경이 달라지는지 볼 예정이라면서 만약 달라지는 게 없다면 더욱 큰 움직임을 내겠다고 여성 운동가들이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케랄라 주 정부가 앞선 4일 ‘서비스직 여성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이들은 △손님이 없을 때는 의자에 앉을 수 있으며 △화장실을 가는 시간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고용주가 개정안을 어긴다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규정할 내용이 아닌데도 개정안이 필요할 만큼 여성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여성들이 옷 가게나 액세서리 판매직 등 인도 서비스직 종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리에 앉을 수 없었고 화장실에 다녀오지도 못했다. 고용주가 내건 규정을 어겼을 때는 가차 없이 ‘감봉’ 징계가 잇따랐다.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인도 여성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노동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그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주 간단하다”며 “누군가는 ‘뭘 그런 내용까지 법안으로 만들어야 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소매업체에서 일한다고 밝힌 마야 데비(43)는 “우리는 손님이 없어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며 “화장실도 자유롭게 갈 수 없어서 아는 사람 중에는 관련 질병을 얻은 경우도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4년 전, 그는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려 동료들과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했다가 회사에서 해고됐다.

데비는 여성 운동가 비지 바리쏘디(48)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살에 일을 시작한 파리쏘디는 데비처럼 누군가에게 고용되고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만나고는 그들을 위해 힘을 내기로 결심했다.

2000년대 초반에 여성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월급이나 노동환경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며, 턱없이 부족한 임금에 비인간적 대접이 만연한 노동현장의 이야기들을 접하고는 현재 케랄라 주에서 가장 큰 노동단체로 알려진 ‘펜쿠탐(penkootam)’을 2009년에 탄생시켰다.

 
인도의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는 여성. 서비스직 종사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근무 시간에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화장실에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없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인도 사회에서 펜쿠탐이 ‘앉을 권리’와 동의어로 알려졌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일터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뛴다는 점에 비추면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도 볼 수 있다.

파리쏘디는 “과거 여성들은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하고도 1달러밖에 벌지 못했다”며 “많은 노동자들이 힘을 모은 덕분에 이제는 8달러까지 일당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힘 덕분에 개정안 발효를 앞두게 됐다면서 파리쏘디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게 될지 계속 지켜보겠다”며 “우리의 싸움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 운동가 비지 바리쏘디(48)의 모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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