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9일 대구에서 개막하는 제14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ICOPA 2018) 대회장을 맡은 채종일(사진) 한국건강관리협회장은 20일 인터뷰에서 ICOPA 2018 총회의 의미를 이같이 평가한 뒤 “우리나라가 유치한 첫 기생충학 분야 세계총회인 만큼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학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채 회장은 최근 기생충 연구추세를 ‘기생충 다시 보기’로 표현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생충을 알레르기, 당뇨, 치매, 암 등 질환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활발합니다. 수년 전엔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 신은희 교수팀이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을 뇌에 감염시키면 신경퇴화를 막고 학습 및 기억 능력의 손상을 방지해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동물실험 연구논문을 국제 저널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어요. ”
채 회장은 우리나라가 기생충 퇴치 모범국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소개했다. “1950년 초부터 1960년대 말까지 20년 동안 우리는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이 있었어요. 국민의 장내 연충류 감염률이 90~100%에 달했던 적도 있었어요. 1964년 한국건강관리협회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출범했고, 1966년 기생충질환예방법이 제정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사와 투약 등 체계적인 기생충 관리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장내 기생충 감염 충란 양성률은 1971년 84.3%에서 2012년 2.6%로 획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는 이어 “아시아조충, 참굴큰입흡충, 서울주걱흡충과 같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생충을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우리 기생충학의 연구와 업적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 회장은 “이번 총회 대회장으로서 국내 젊은 학자들에게 총회 발표 기회를 많이 제공해 이들이 국제적인 시야를 갖고 세계기생충학회를 선도할 수 있게 돕고, 기생충 연구 관련 국내 유관산업이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평화분위기 조성됨에 따라 북한의 기생충 연구 및 지원을 위한 교력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서울대 기생충학교수 시절 북한 기생충 연구와 교류를 위해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채 회장은 “북한 주민의 기생충 장내 감염률이 지역에 따라 20∼90%에 이른다는 최근의 보고가 있는 만큼 이번 총회에서 세계 기생충학자들에게 북한 기생충 퇴치를 위한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당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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