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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저금리가 드러낸 상품설계 오류…'즉시연금' 오해와 진실

관련이슈 : 디지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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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2 10:30:00      수정 : 2018-07-23 09:23:16
요즘 보험업계 핫이슈는 ‘즉시연금’이다. ‘과소지급 일괄구제’라는 금융감독당국 방침에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다. 한꺼번에 거액을 물어줘야 할 처지다. 삼성생명만 4000억원대, 업계 전체로는 최대 1조원에 육박한다.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계약에 비해 적게 지급한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업계는 “억울하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약관에 별 문제가 없다”거나 “보험이 은행예금인가”라며 반론을 전개한다. “도입이 확정되지도 않은 제도”라며 일괄구제방침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어디까지가 주장이고 어디부터 팩트인가.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보험료)을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월 이익금(이자)을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저금리가 드러낸 설계오류

“저금리의 비극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이렇게 표현했다. 물이 내려가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쓰레기가 드러나는 듯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품설계의 오류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발단은 A씨의 분쟁조정신청이었다. A씨는 2012년 9월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가입금액(보험료) 10억원, 보험기간 10년, 약관에 명시된 최저보증이율은 2.5%였다. 이를 적용하면 A씨는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매월 적어도 208만원은 받아야 했다. A씨는 그렇게 알고 가입했다.

처음 3년은 문제가 없었다. 1년간은 매월 305만원, 그 뒤 2년간은 250만원 이상을 연금으로 받았다. 문제는 이후다. 금리 하락과 함께 연금액은 184만원 → 138만원 → 136만원으로 뚝뚝 떨어졌다. A씨는 결국 “최소 월 208만원을 지급하라”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작년 11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은 당시 A씨 주장은 상품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시연금의 구조를 보면 우선 일시납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뗀다. 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500만~600만원 가량을 사업비로 공제하고 나머지 순보험료 9400만~9500만원을 운용하는 식이다. 운용수익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운용자산이익률과 외부지표금리를 가중 평균한 금리)을 곱해 산출하는데, 이 것도 모두 지급되는 게 아니다. 사업비가 공제된 만큼 만기에 돌려줄 원금 충당을 위해 일정액(만기 보험금 지급재원)을 제하고 잔여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니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수익이 줄고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해 유보해야 할 금액 비중은 커지게 된다. 금리 하락기에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금액 밑으로 내려가는 이유다. 
◆약관, 뭐가 문제인가

삼성생명은 당시 “연금액은 보험계약과 관련한 기초서류대로 정확하게 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초서류란 약관, 산출방법서, 사업방법서를 말한다. 문제는 약관에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일정액을 떼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약관엔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금감원은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계리적 서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약관으로는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감원은 한화생명 바로연금보험에 대한 분쟁조정에서도 보험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유는 같았다. 한화생명의 해당 상품 약관엔 “매월 연금 지급액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기는 하다. 한화생명은 이를 두고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 사실을 직접적으로 명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조위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이 차감된다는 점이 가입자가 알 수 있게 명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설계 의도를 약관에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중대오류”라고 말했다.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NH농협생명은 명확한 문구를 약관에 넣었고, 결과적으로 이번 논란을 비켜갔다. 해당 문구는 “가입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해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험이 은행 예금인가.”

약관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보험사들이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해당 상품의 약관은 금감원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감원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또 “분조위 결정은 보험상품을 은행 예금방식으로 지급하라는 것으로, 보험상품의 기본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비용마저 보험사가 부담하라는 건 상품을 공짜로 팔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구제제도도 문제삼는다. “도입이 확정되지도 않은 제도를 적용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취임 두 달 만에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등 분쟁조정에 들어갔다가 일괄구제된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도 ‘회사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이의제기 기간을 두 차례 연기해달라고 했고, 결국 지난 2월 분쟁위 결정을 수용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관에 대해선 “거두절미하고 왜 그런 상품을 승인했냐고 끝까지 따진다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보험은 보험사 책임 아래 파는 것이며, 금감원 책임 문제와 피해자 구제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책임과 관계 없이 보험가입자에게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말이다.

삼성생명은 26일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지을 예정이다. 예상 지급액이 800억원대인 한화생명은 이의제기 기간인 다음 달 10일쯤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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