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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워싱턴의 마타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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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0 21:52:19 수정 : 2018-07-20 21: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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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는 네덜란드 출신 무희 마타 하리. 파리 물랭루즈에서 뇌쇄적인 스트립 댄스를 선보여 남성들을 유혹했다. 댄서로 일할 때 사용했던 예명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 말로 ‘여명의 눈동자’. 프랑스 군부와 정계 인사들, 네덜란드 총리, 프로이센 황태자 등을 침대로 유인해 수집한 정보를 독일에 넘긴 혐의를 받았다. 프랑스 스파이로도 활동했다고 하는데, 1차대전 때 프랑스 정보기관에 체포돼 사형됐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도 독일 스파이였다. 수도원 보육원에서 바느질을 배우고 술집에서 노래를 부를 때 코코라고 불렸는데 나중에 샤넬의 상징마크(CC)로 진화했다. 1941년 독일 방첩국 스파이로 기용돼 나치 요원 후보를 물색하는 일을 맡았다. 2011년 미국에서 발간된 ‘적과의 동침, 코코 샤넬의 비밀전쟁’은 그가 귀족 출신에다 연하인 독일군 장교 애인의 요구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기록했다. 지난해 상영된 프랑스 다큐영화 ‘더 넘버5 워’(The No. 5 War)에서는 유대인 사업가와 공동개발한 향수 ‘넘버5’의 브랜드 소유권 확보 다툼에서 독일군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 미녀 스파이들의 활동무대는 미국 워싱턴이다. 2010년 러시아 해외정보부 소속 안나 채프먼이 체포돼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뒤 왕세손에게 접근했다가 영국 국내정보국 MI5에 노출되면서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부동산 회사를 차린 뒤 성관계를 미끼로 정부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접근했다. 러시아 스파이 9명과 함께 추방됐는데 귀국뒤 영웅 대접을 받았다. 패션쇼와 잡지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미인 스파이가 또 검거됐다. 공화당 전략분석가와 내연관계라고 알려졌는데 미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미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도 접근한 사실이 있다. 어떤 정보가 러시아로 넘어갔는지가 관건이다.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인간 본성을 자극해 접근하는 게 미인계이다. 남북관계에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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