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해병대 ‘마린온 추락 영상’ 즉시공개 놓고 軍·靑 이견 노출

입력 : 2018-07-19 21:51:55 수정 : 2018-07-20 08:28: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고원인 규명 전 공개는 성급” / 국방부·청와대, 신중대응 주문 / 해병대 “유가족에 동영상 제공… SNS 유포땐 軍 사고은폐 비난” / / 文대통령 “순직장병에 깊은 애도… 사고원인 철저 규명·대책 마련” / 조사위, 기체결함 등 조사 착수 / “비행 전 진동”… 정비이력도 조사 지난 18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순간을 담은 동영상 공개 여부를 두고 군 당국과 청와대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9일 “지난 17일 오후 4시 41분 마린온 헬기가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18일 공개하는 과정에서 군과 청와대 내부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동영상을 서둘러 공개하자는 의견과 사고원인 조사 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공개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입장이 충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추락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해병대는 추락사고 동영상을 17일 밤늦게 확보해 18일 오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어 오전 10시쯤 숨진 장병들 유가족들에게 동영상을 공개했고 오후 2시쯤 유가족들이 영상파일을 달라고 하자 언론을 통한 영상공개를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 내부에서는 “사고원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왜 서둘러 공개하려 드느냐. 여론이 사고 원인을 한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해병대는 이미 유가족들에게 영상파일을 제공한 뒤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유포될 경우 자칫 군이 사고원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며 재차 언론 공개를 요청했다. 결국 송 장관의 승인을 거친 이 사안은 청와대에 보고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와대가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급한 공개로 사고조사 방향을 기체결함으로 몰고갈 소지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영상공개를 둘러싼 의견대립은 유가족에게 동영상을 보여준 지 7시간 정도가 지난 18일 오후 5시15분 해병대의 언론 공개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방부와 청와대가 마린온 추락의 진실을 알리는 데 주저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도 없이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지만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엉뚱한 반응을 보인 것도 동영상 공개를 둘러싼 이견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가 마린온 추락사고 초기 사고원인을 기체 결함이 아닌 쪽에 무게를 실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의 메인 로터(회전날개)가 부서진 채 놓여있다. 헬기 사고 유족 제공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마린온 추락사고와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원인을 제대로, 그리고 신속하게 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심승섭 신임 해군참모총장의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은 후 순직 장병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이같이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서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아마도 희생당한 분들의 유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도 왜 사고가 일어났나 하는 사고원인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해병대 사고조사위는 이날 사고기의 기본설계와 기체 결함 등 가능성을 우선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는 2012년 전력화 이후 현재 군과 민간에서 100대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결함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메인로터가 기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조사위는 사고헬기에 대한 정비이력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시험비행 직전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이 있어 이에 대한 정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병대 측은 전날 유가족들에게 진동 때문에 정비를 한 후 시험비행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찬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