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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때 조정 알려달라며 울던 北선수, 아직도 아른거려”

입력 : 2018-07-19 21:24:05 수정 : 2018-07-20 01: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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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게임 女조정 ‘간판’ 지유진 “내래 조정을 잘 타고 싶습네다. 제발 알려주시라요.”

한국 여자 조정의 ‘간판’ 지유진(30·화천군청)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경량급 싱글 스컬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뒤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다. 이때 그의 곁으로 머뭇머뭇 다가오던 북한 선수가 눈에 밟혔다. 국제대회서 자주 마주쳤지만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일찌감치 예선 탈락한 ‘언니’는 “여기(북한)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인지상정이 동한 지유진은 광저우에 머무는 동안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가르치며 코치를 자처했다. 당시 대회 명단에 따르면 해당 선수는 이 종목 유일한 출전자인 김경아로 추정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따라가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던 김경아는 이후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지유진은 “그 선수가 안 보인지 꽤 됐지만 아직도 아른거린다. 북한 조정 선수들의 사정이 나아져 선진 기술을 익혔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한국 여자 조정의 간판이자 대표팀 맏언니인 지유진(화천군청)이 오는 8월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경량급 쿼드러플스컬(4인승)로 종목을 바꿔 금빛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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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지유진은 오는 8월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더욱 각별하다. 남북은 조정과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 보트 등 3개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최초로 단일팀 결성을 앞두고 있다. 지유진은 경량급 쿼드러플스컬(4인승) 대표로 선발돼 남자 무타포어·에이트,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종목에서 구성되는 단일팀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조정 대표팀의 ‘맏언니’로 개인 4번째 출전 티켓을 따내면서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다만, 대한조정협회는 아직까지 북측의 단일팀 선수 명단을 받지 못했다고 밝혀 이들의 ‘재회’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지유진은 유독 정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미소 천사’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새벽 5시부터 저녁때가 돼야 끝나는 훈련을 빼먹지 않는 ‘악바리’로 불린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고작 24명뿐이던 분교를 다녔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수업을 ‘합법적’으로 빠졌던 육상부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육상부에 들었고, 170㎝의 큰 키 덕분에 조정을 시작했다. 3일 만에 체력이 바닥나 엄마에게 “못 가겠다”고 떼를 썼지만 하루만 더 하자는 마음으로 버틴 게 어느덧 대표팀 12년차의 베테랑이 됐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였지만 시련도 있었다. 기량에 물이 올랐던 시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허리디스크에 시달린 것. 이른바 ‘허릿심’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 조정에서 타격이 컸지만 결국 경량급 싱글 스컬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인간 승리 드라마를 제대로 써냈다. 이번에는 안효기 감독의 추천을 받아 4인승으로 과감히 종목을 바꿨다. 아직 선수들과 합을 맞춘 지 두달밖에 안 됐고, 허리도 가끔씩 삐끗한다. 그래도 지유진은 “훈련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힘든 게 아픈 걸 이긴다”며 남다른 승부욕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는 지유진의 아시안게임 고별 무대다. 숱한 상처와 영광을 반복하며 청춘을 바쳤던 배에서 내리는 게 어디 쉬울까. 지유진은 “은퇴하기 전에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않기 위해 남은 기간 더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북한 선수들의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기왕 단일팀을 만드는 것 선전했으면 한다”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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