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4∼5초 후 회전날개 이탈… 기체 결함에 무게

해병대, 포항 당시 CCTV 영상 공개 / 정비과정서 이상징후 발견 여부 등 기술적인 문제 초점 맞춰 조사 전망 / 비행시스템 등 전반 결함 확인 경우 군 전력화·해외 수출 막대한 타격 / 1조3000억 들인 수리온 잦은 결함 / 방사청· KAI “문제 모두 해결” 주장

지난 17일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는 헬기가 이륙한 뒤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해병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 41분쯤 포항비행장 활주로를 이륙한 사고 헬기는 비행을 시작한 지 4∼5초 만에 메인로터를 구성하는 날개 4개 중 한 개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거의 동시에 굉음을 내며 메인로터 전체가 동체에서 분리됐고, 헬기는 비행 시작 10초 만에 지상으로 추락했다.

10초 날고 떨어진 마린온 18일 해병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전날 오후 4시 41분쯤 포항비행장 활주로를 이륙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서 주회전날개(메인로터)가 본체와 분리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부서진 채 활주로에 떨어진 주회전날개.
연합뉴스·해병대사령부 제공

헬기는 메인로터와 꼬리날개에 장착된 로터를 함께 돌려 양력(揚力)을 얻는다. 메인로터 자체나 메인로터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 등 관련 구성품에 이상이 발생하면 양력을 얻는 데 필요한 자세 유지가 불가능해 추락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는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일정 수준 비행이 가능하나 헬기는 로터의 날개 일부에 작은 문제만 생겨도 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메인로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고 조사는 △정비 과정에서의 메인로터 이상 징후 발견 여부 △부품 사용 및 메인로터 제작과정의 적절성 등 기술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리온을 개발할 때 기술제휴를 했던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슈퍼 푸마’ 헬기도 2016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메인로터 동력전달을 담당하는 기어박스 내 기어 8개 중 1개가 피로(疲勞)균열로 파괴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슈퍼 푸마는 수리온의 원조 격이다.
  더구나 수리온은 지난해 1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메인로터 작동기에서 수분 유입에 따른 균열이 발견돼 해당 부품을 전량 교체한 바 있다. 수리온을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마린온은 상륙함 탑재를 염두에 두고 메인로터를 접을 수 있도록 개량됐다. 이번 해병대 참사 원인이 메인로터의 기술적 문제나 수리온의 비행시스템 전반에 대한 결함으로 드러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져 군 전력화와 해외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2006년부터 1조295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KAI가 개발한 수리온은 2012년 12월 전력화된 이후 크고 작은 결함이 잇따랐다. 2013년 2월부터 3년간 전방유리가 다섯 차례나 파손됐으며, 2014년 8월에는 메인로터와 동체 상부의 전선절단기가 충돌해 엔진이 멈춰섰다. 2015년 초에는 육군항공학교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수리온 2대가 엔진과속 후 정지돼 비상착륙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수리온이 결빙성능과 낙뢰보호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방위사업청과 KAI는 제기된 문제들은 모두 해결했다고 주장해왔다.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산산조각이 나 있다. 연합=헬기 사고 유족 제공

한편 해병대는 18일 마린온 추락사고와 관련해 동일 기종 헬기 3대의 비행을 중단하고 사고원인 규명에 나섰다. 육군도 마린온과 동일한 기종인 수리온 90여대의 운영을 일시 중지했다. 해병대는 이날 해병대 전력기획실장 조영수 준장을 위원장으로 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 23명의 관계자가 참여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추락사고로 숨진 장병 5명에 대해 1계급 특별진급 추서를 결정했다.

박수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