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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00억 들여 제품 개발했더니… 정부가 유사품 뒤통수?

입력 : 2018-07-18 19:56:19 수정 : 2018-07-18 19: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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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스타트업 기술 베끼기’ 논란
유라이크코리아의 라이브케어(왼쪽)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바이오 캡슐’ 모습.
유라이크코리아·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 국내 축산 분야 스타트업이 3년 전 개발한 것과 유사한 제품을 개발해 ‘기술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농진청은 자체 연구팀과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가 스타트업이 공들여 개척한 시장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18일 소와 젖소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바이오 캡슐’ 장치를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7.8㎝ 크기의 경구형 바이오 캡슐에는 체온과 신체활동 등을 수집하는 센서가 담겼다. 캡슐은 소의 첫 번째 위에 자리 잡은 채 온도 변화와 특이사항을 실시간으로 서버로 전송한다. 농장주는 스마트폰으로 가축의 온도 변화를 확인해 발정기와 질병 감염 여부 등을 예측해 효율적으로 가축을 관리할 수 있다. 
기광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소와 젖소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바이오 캡슐’ 장치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뉴스1

문제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제품이 2015년 스타트업 ‘유라이크코리아’에서 만든 제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구형 바이오 캡슐은 2015년 유라이크코리아에서 국내 최초로 ‘라이브케어’ 제품을 개발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라이브케어는 농진청이 개발한 바이오 캡슐처럼 소의 몸에 들어간 캡슐이 체온과 pH 산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농진청과 유라이크코리아 제품 모두 가축 온도와 신체활동 정보를 측정하며 데이터 전송 기술과 제품 크기도 유사하다.

10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자해 제품을 개발한 유라이크코리아는 지난해 충남도와 일부 기초자치단체와 협업해 전국 1만여 마리의 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외 경구형 바이오 캡슐 시장을 개척 중이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 파워코리아 대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기술력도 인정 받았다. 경구형 캡슐에 의구심을 보이던 농가들은 최근 라이브케어로 구제역을 예방하거나 분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등의 사례를 접하자 큰 관심을 보이며 구매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제품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광석 축산과학원 낙농과 과장은 “라이브케어 제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체 연구진과 민간 기업이 함께 만든 것”이라며 “외국산 바이오 캡슐 제품을 쓰는 농가들은 생체정보가 외국 기업으로 가기 때문에 국내 연구진이 활용하기 어려워 자체 개발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농진청은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로부터 동물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뒤 다음달부터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진청의 제품 개발 소식을 접한 유라이크코리아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라이크코리아 관계자는 “농진청에서 발표한 제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법률 자문을 거쳐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가 제품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우수한 제품을 구매해 보급하는 것이 혁신성장을 돕는 지름길”이라며 “유사 제품 만드는 데 드는 예산으로 스타트업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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