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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탈원전, 국민 동의 구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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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8 21:21:40 수정 : 2018-07-18 21: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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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주민 반발 등 난항 / 탈원전, 글로벌 흐름에 안 맞아 / 원전 없이 전력 수요 감당 못해 / 대통령 공약이라고 강행은 곤란 요즘 항간에는 ‘문재인 청구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최저임금 파동에 이어 다음은 건강보험료·전기요금 인상 고지서 등이 차례로 날아올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전력의 2분기 영업적자가 5100억원으로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12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려다 업계 반발에 밀려 “올해는 안 올린다”며 꼬리를 내렸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 용량을 현재의 6배, 풍력 설비는 15배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자연환경 파괴와 산사태, 소음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에 태양광 설비가 붕괴돼 우려를 샀다. 1GW 발전설비 구축에 원자력은 0.6㎢의 부지이면 충분하지만 태양광은 최소 13.2㎢, 풍력은 5㎢가 필요하다. 햇볕이 강하고 맑은 날이 많지 않고, 바람의 질과 양도 좋은 편이 아니다.
채희창 논설위원

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 5000여명이 회원인 원자력학회는 최근 “에너지 정책은 국가 실익이 우선인 만큼 탈원전 정책은 과학적인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탈원전으로 원자력산업만 아니라 전력을 많이 쓰는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 기반까지 흔들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이들을 ‘원전 마피아’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대화를 피하고 있다.

탈원전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은 올 상반기 원전 4기를 재가동했다. 지난 3일에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체르노빌 사고 최대 피해국인 벨라루스는 원전 2기를 건설 중이고, 우크라이나 역시 사고 후 중단됐던 원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산유국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원전을 건설하는 이유가 뭘까? 아직은 원전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얘기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 스위스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유럽은 송배전 전력망이 잘 갖춰져 ‘원전 부국’인 프랑스에서 전력을 싸게 살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원전 없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겠느냐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2050년까지 39% 증가한다. 휘발유·경유차의 대체 운송 수단은 전기차가 유력하다. 대안으로 부상하는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쓴다. 과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4차산업 혁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원전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역량을 키우는 균형적·단계적 접근법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에너지안보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분단국가로 북핵 공방의 한가운데 서 있다. 주변 국가에서 전기를 구할 수 없는 ‘고립된 섬’이다. 에너지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나마 저비용·고효율인 원전으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올 1분기 발전원별 전력단가는 ㎾h당 원자력이 67원으로 석탄 92원, LNG 125원, 신재생에너지 165원보다 싸다. 국가는 안보 위급상황에 대비한 에너지 대책을 갖춰야 한다. 만약 원전이 사라지고 석유 공급 수송로가 막히면 대안이 있는가.

탈원전이란 수사는 화려하다. 그러나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우리 현실에 맞는지 숙고해야 한다. 국민 생활은 물론 국가 안위에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분적 공론화를 거쳤다고는 해도 논란이 많은 에너지 정책을 대통령 공약이라고 밀어붙이는 게 타당한가. 이명박정부가 강행한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스럽다. 독일은 탈원전 공론화에 25년이 걸렸고, 스위스는 33년간 국민투표를 다섯 번이나 했다. 5년 임기의 정권이 결정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정부는 먼저 국민 앞에서 탈원전 공개토론을 벌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부작용이 커지는데도 탈원전을 강행할지,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할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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