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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여름 동태평양 적도 부근 수온이 평년보다 0.4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인 슈퍼 엘니뇨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은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14일 연속 낮 최고기온이 폭염 기준인 섭씨 33도를 넘는 등 폭염 일수가 사상 최장인 29.7일이나 됐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계란프라이가 가능할 정도였다. 열대야도 35일이나 발생했다. 그 해 기록적 폭염으로 전국에서 평소 여름보다 일사병·열사병 등으로 3384명이나 더 사망했다.

대구 수성못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라 해가 지면 배를 탈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가 마치 아프리카처럼 덥다는 뜻의 ‘대프리카’로 불리자 구청에서 “밤에도 배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관철시켰다. 옥상 테라스 영업도 할 수 있게 돼 시민들은 밤에도 유람선을 타고, 야외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열대야를 이겨내고 있다. 대구의 무더위가 규정마저 바꾼 셈이다.

열대야라는 용어는 일본의 기상 수필가인 구리시마 아쓰시가 만들었다. 하루 중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을 기록할 때를 일컫는다. 2009년 우리나라 기상청은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인 것을 열대야로 재정의했다. 우리나라의 폭염·열대야 일수가 갈수록 늘어나 걱정스럽다. 국립기상연구소의 미래 예측에 따르면 1981~2010년 3.8일인 연평균 열대야 발생이 2011~2040년에 6.1~8.9일, 2041~2070년에 14.8~25.5일, 2071~2100년에는 22.1~52.1일로 증가한다.

지난 11일 서울에서도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대낮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게 한밤의 열기다. 밤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과 같은 최악은 아니지만 올해 열대야도 기록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단다. 지난주 온열질환자가 그 전주보다 3배나 급증했다. 초복이 내일이고, 말복까진 한 달 이상 남았는데 걱정이다. 휴가지 고를 때 참고할 힌트 하나 소개한다. “해발 고도가 300m 이상인 지역에서는 새벽 열대야 현상이 없고, 800m 이상 고산지대에는 저녁 열대야가 한 번도 없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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