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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장난 아닌’ 고층 아파트 물건 투척…건축법도 화근

입력 : 2018-07-15 19:33:37 수정 : 2018-07-15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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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돌·소주병 등 7월에만 4건… 공포 확산 / 외벽∼도로 너무 짧은 ‘법정 간격’ / 현행법 2m… 91년 제정 후 안 바꿔 / 20층서 투척 시 반경 6m 피해 예측 / “고층 증가 추세에 맞춰 개정 시급” / 2005년 발코니 확장 허용도 도마 / 거실서 실수·장난으로 던진 물건 / 완충지대 없이 곧바로 창밖 추락 / "확장 시 안전 보완장치 논의 필요" 고의든 실수든 고층 건물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묻지마 투척’이 잇따르면서 불안에 떠는 시민이 많다. 영문도 모른 채 본인이나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 현장. 뉴시스
이달에만 전국에서 4건의 묻지마 투척 사건·사고가 있었다.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15층에서는 중학생이 돌을 던져 지상의 자전거 보관대 차광막을 파손했고, 6일 동탄에서는 일부 어린이가 아파트 12층에서 장난감을 아래로 던졌다. 이튿날 대구에서는 아파트 13층에서 소화기가 떨어져 단지 아래 주차된 차량의 지붕창을 뚫었다. 12일에는 20층 아파트에서 소주병이 떨어졌다.

이밖에 거주지 주변 고층 아파트나 건물에서 벽돌과 아령, 식칼 등이 떨어져 해당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들은 홧김이나 장난삼아 물건을 던지는 이들의 시민의식이나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에 소홀한 건축 규정을 손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5일 건축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묻지마 투척이 잇따르는 데에는 관련 건축법이 현실과 동떨어진 탓도 있다. 1991년 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10조)에는 공동주택과 도로 및 주차장이 2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아파트 외벽과 도로가 2m만 떨어져 있으면 아파트 건축이 허가된다.

문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층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주거환경통계를 보면 1995년 전국적으로 10층이 넘는 아파트는 총 1만8838동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16년 8만9750동으로 4.8배나 늘었다. 2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만 1만510동에 달한다.

더 높은 곳에서 물건을 던질수록 더 멀리 날아가 떨어지는 건 상식이다. 고층 아파트가 늘면서 낙하 반경이 넓어진 만큼 주택과 도로, 주차장 간의 이격거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기저항을 무시하고 어떤 물체를 1.5m/s의 속도로 30도 각도로 던졌을 경우, 이 물체는 5층(한 층 높이 2.8m)에서 3m쯤 날아간다. 10·15·20층에서는 각각 4·5·6m 이상으로 멀리 날아간다. 5층부터는 물건의 낙하반경이 법령에 정해진 2m를 넘어서고 20층에서는 규정보다 3배 더 멀리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더 세게 던지면 더 멀리 날아간다.

안전전문가인 이송규 기술사는 “현장에서는 아파트 외벽과 도로의 이격거리를 딱 2m로 맞추고 있는데, 법적 미비가 고층 투척을 부르고 있는 셈”이라며 “실수로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2m보다 길게 이격거리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안전 대책을 명시하지 않은 채 발코니 확장을 허용한 것도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2005년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은 ‘발코니는 필요에 따라 거실, 침실, 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발코니 확장 공사를 한 세대는 생활공간인 거실과 아파트 외벽이 맞닿게 된다. 결국 발코니라는 완충 지대가 없다 보니 실수나 장난으로 던진 물건까지 바로 건물 밖으로 떨어지곤 한다.

최창식 한양대 교수(건축공학)는 “사고가 계속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안전의식에 대한 교육이 최우선이지만 발코니 확장 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반장치를 논의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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