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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인생철학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해답 제시”

입력 : 2018-07-14 03:00:00 수정 : 2018-07-13 20: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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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전집 간행사업단 연구원 2人 인터뷰 / 최소인 책임연구원 / 학자 34명 번역에 매달려 작업 / 5년 만에 15권 중 3권 먼저 출간 / 일반인도 읽기 쉽게 가독성 높여 / 마르지 않는 ‘사상의 샘물’ 될 것 / 김화성 전임연구원 / 인문학 토대, 고전 확보에 달려 / 수차례 번역된 책 재작업한 건 / 그만큼 학문공동체 성장한 것 / 학술 논쟁 통해 발전 이끌어야
임마누엘 칸트 지음/김재호옮김/한길사/3만2000원

도덕형이상학/임마누엘 칸트 지음/이충진, 김수배 옮김/한길사/3만5000원
비판기 이전 저작 2(1755~1763)/임마누엘 칸트 지음/김상봉, 이남원, 김상현 옮김/한길사/3만5000원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 /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도덕형이상학 / 임마누엘 칸트 지음/이충진, 김수배 옮김/한길사/3만5000원

비판기 이전 저작 2(1755~1763)/임마누엘 칸트 지음/김상봉, 이남원, 김상현 옮김/한길사/3만5000원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를 일컬어 ‘철학의 호수’라고 한다. 칸트 이전 철학은 칸트로 흘러들어오고, 칸트 이후 서양철학은 칸트에서 유래한다는 의미다.

‘칸트전집’ 출간은 칸트철학이 국내에 전래된 이후 110여년 만의 결실이다. 한국칸트학회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 처음 ‘칸트전집’ 출간에 착수, 학회 소속 학자 34명이 번역에 매달려 5년여 작업 끝에 우선 3권(2·5·7권)을 냈다. 내년 가을까지 전 15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칸트전집 간행사업단’의 책임연구원 최소인 영남대 교수와 김화성 전임연구원(고려대)을 만나 ‘왜 이 시대에 칸트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들었다.

-칸트전집 출간의 의미는?

최소인 교수=번역작업에는 개성 강한 철학자 34명이 한마음으로 참여했다. 각 전문연구자의 독자적인 해석을 존중하면서도, 번역작업을 위한 공통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했다. 번역, 해제 등을 교차 검토함으로써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나 미비점들을 교정하고 보충하여 공동작업의 장점을 살리려 노력했다. 또 번역사업의 주요목표들 중 하나는 최대한 가독성을 높여 번역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문학술서적의 경우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가독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갖춘 대학생이 원전 없이 읽을 수 있는 번역서 간행을 최종목표로 삼았다. 가능하다면 일반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칸트 원전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화성 연구원=인문학의 토대는 그야말로 다양하고 풍성한 고전의 확보에 달려 있다. 그래서 고전 번역 작업은 필수다. 그런데도 우리 학계에서 번역작업은 기이하리 만치 경시되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우리말로 철학하기’도 사실 동서양 고전 번역 작업을 통해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문헌 확보를 전제로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칸트전집 발간은 만시지탄일 뿐이다. 이번 기획은 특히 학술적 가치는 높으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저서나 논문도 번역하여 학문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일반인, 특히 청년층이 칸트 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최=인간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여러 근본 물음에 대해 칸트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매력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칸트다운 것은 그가 제시한 답변의 내용에만 있지 않으며,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칸트는 ‘철학은 명사(이름씨)가 아니라 동사(움직씨)’라고 했다. 즉 철학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철학하는 것이다. 타인이 또는 위대한 선인이 제시한 해답을 그저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철학함이다. 칸트는 우리에게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진정한 칸트 철학 연구자라면 독단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철학에 관심을 둔 청년이라면 칸트 철학은 좋은 삶을 지향하거나 학문적 여정을 시작하는 데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칸트에게서 여러 사상의 충돌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제시하는 한 위대한 학자의 삶과 항상 반성하는 한 개인의 인간적 삶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칸트전집에서는 주목할 만한 상당한 내용이 있다고 들었는데.

최=그동안 칸트 저서의 국내 번역은 주로 3대 비판서에 치우쳐 있었다. 칸트 초기사상에 대한 번역은 거의 미답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 최초로 칸트의 초기사상을 담은 저작들이 망라되어 전집 1, 2, 3권으로 나오게 됐다. ‘살아있는 힘의 측정’이나 1755년 리스본 지진에 관한 ‘지진’ 3부작, ‘낙관주의’, ‘미와 숭고’, ‘영을 보는 사람’, ‘박애학교’ 등 초기 저작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칸트의 관심과 지식을 반영하고 있다. 또 칸트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렵잖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다. 13권으로 나올 ‘임마누엘 칸트의 논리학·강의용 교재’도 주목된다. 칸트의 부탁을 받은 예쉐(G B Jasche)의 저서이다. ‘예쉐 논리학’으로도 불리는 이 책은 ‘순수이성비판’의 기본 구조와 사상을 이해하는 데 좋은 보충 자료다. 또 멘처가 편찬한 15권의 ‘윤리학강의’도 칸트실천철학 형성사 연구에 필수적인 강의록이다.

김=더불어 칸트가 1786년 발표한 5권의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는 국내 첫 번역으로 학술적 의미가 작지 않다. 이 저서는 특히 칸트 연구에서 뜨거운 감자이자 여전한 보고인 ‘유작(opus postumum)’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또 준비 중인 14권 ‘서한집’이 지니는 학술적 가치도 간과할 수 없다. 당시 학자들이 편지로 자신과 동료의 근황뿐 아니라 각자의 연구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하곤 했다. 칸트가 캐물었던 문제와 해결을 향해 밟아나간 사유의 궤적을 재구성하는 데 서한집은 중요한 자료다.
‘칸트전집 간행사업단’ 책임연구원 최소인 교수(왼쪽)와 김화성 전임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끝없이 길어 올리는 샘물처럼 칸트 철학은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물과 같다”면서 “어려운 시대일수록 고전에 관심을 기울이듯이, 지혜의 보고인 칸트 철학에 좀 더 다가설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칸트철학을 ‘철학의 호수’라고 했다. 그 의미는.

최=플라톤은 서양 사상의 모태였다. 화이트헤드는 2000년 서양사상사를 ‘플라톤에 대한 주석의 역사’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칸트 이후 서양철학은 ‘칸트에 대한 주석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순수이성비판’ 출간 이후, 유럽철학은 칸트철학을 화두로 삼아 이루어졌다.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314권으로 이루어진 ‘Aetas kantiana(칸트시대·1780∼1830)’라는 전집으로, 칸트에 대한 비판 내지 옹호의 글들이다. ‘순수이성비판’에 맞서는 ‘역사이성비판’을 기획했던 딜타이, 현상학을 정초하기 위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열 번이나 읽었다는 후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해석하면서 자신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한 하이데거, 칸트의 후예로 자처한 하버마스를 비롯해 들뢰즈, 리오타르, 푸코 등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 역시 칸트 철학에 그들 사상을 빚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칸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사상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고갈되지 않는 ‘사상의 샘물’이다.

김=넓은 맥락에서 칸트는 전통적인 우주론에 일대 전환을 이룬 철학자다. 칸트 이전 전통철학은 신성(神性)이 깃든 자연은 조화롭다고 여겼다. 인간의 역할은 이 조화와 의미를 관조하여 깨닫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 있다는 주장이 전통적 우주조화론이었다. 반면 칸트는 관조를 통한 자연질서 깨닫기가 아니라, 인간이 주체적으로 ‘질서를 구성하여 의미를 부여한다’는 새로운 인식론을 제시했다. 이는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에 맞먹는다. 나아가 칸트는 도덕도 더 이상 관습이나 신과 같은 권위가 아니라, 이성적 존재자로서 인간의 자율성에 근거해 새롭게 구성해냈다.

-이번 논쟁에 대한 소감은.

김=지난 5년 동안 한국칸트학회 회원들이 함께 설정한 공동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내딛었던 걸음들이 자랑스럽다. 혹자는 이미 선배 학자들이 수차례 번역했던 칸트 저서를 굳이 다시 번역할 필요가 있는지 물을 수 있다. 여러 선배 학자의 번역 작업은 분명 학문공동체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세월의 변화 속에서 후학자들이 선배 학자의 번역에서 문제점과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는 어렵다. 우리 학문공동체가 그만큼 성장했고 전문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배 학자들의 공헌과 더불어 학문공동체의 성장이 없었다면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한 ‘칸트전집’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이번 ‘칸트전집’에서 나름 문제점과 불편함을 느낀 후학세대는 새로운 번역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이번 ‘칸트전집’ 발간을 계기로 활발한 학술 논쟁은 너무나 바람직하며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학술과는 별반 상관없는 사안을 마치 중요한 학술 문제인 양 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칸트철학 관련 학술 논쟁만이 학문후속세대가 성장하고 높은 전문성을 갖추어 나갈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최=더불어 한국칸트학회가 기획한 ‘칸트전집’을 읽으면서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발견하신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 학회는 독자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듣고 문제점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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