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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 양성… 소프트파워 1위 佛, 비결은 ‘교육’

입력 : 2018-07-14 03:00:00 수정 : 2018-07-13 2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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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관해 논하시오 / 1. 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 2. 우리의 윤리적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 나라가 같이 키운다는 이념 바탕 / 호기심 잃지 않는 느린 교육과정 / 경쟁·서열 없이 삶 즐기게 가르쳐 / 작가 목수정씨, 딸 키우며 정리한 / 230여년 전통 佛 교육체계 조명
목수정 지음/생각정원/1만7000원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목수정 지음/생각정원/1만7000원

작가 목수정이 딸 칼리를 키우며 경험한 프랑스 공교육을 이야기한 책이다. 13살,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딸 칼리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장 과정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일단 낳으시면 아이는 나라가 같이 키웁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개입하는 교육 체계,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중심이 되는 가정 분위기, 등수도 경쟁도 없는 학교, 그 속에서 경쟁 대신 연대를, 정답 대신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아이들. 소프트파워 1위의 나라 프랑스 공교육 현장이다.

‘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우리의 윤리적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이는 2013년 프랑스 고교졸업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항이다.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의 세계관을 묻는 질문이다. 이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질문은 전 세계 신문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다. 삶의 연륜이 켜켜이 쌓인 어른도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프랑스 고교생들은 어떻게 답하는가.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 그 안에서 경쟁과 서열 없이 호기심을 키우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부모,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직접 실천해보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다.
프랑스 고교생들이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치르고 있다. 바칼로레아는 역사 철학 수학 과학 등에 걸쳐 외우기 시험이 아닌 창조력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교수는 2004년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소프트 파워란 군사력, 경제 등의 물리적인 힘인 하드 파워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한 나라의 정신적 가치, 대외정책, 호감도를 지칭한다. 대개 국가가 지닌 문화적 능력, 가치관의 확장성, 매력도 등으로 사용된다.

현재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어디인가. 미국이 아니다. 영국 홍보회사 ‘포틀랜드커뮤니케이션’은 2017년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로 프랑스를 꼽았다.

국어 교육이 읽기와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문학작품을 이해하도록 맞춰진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모두 강조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문학 작품을 함께 읽은 후, 그 작품을 바탕으로 공연을 보러간다. 아이들은 주어진 소설의 앞 한 대목만 보고 뒷부분을 상상해서 써보고, 팀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책을 만들어보도록 한다. 읽고 쓰고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기로 이어진다. 답안을 외우고 맞히는 대신 10년 내내 자기 생각을 정립해가는 것이다.

그러면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가. 점수 너머에 있는 더 많은 각자의 특징을 보도록 한다. 시험과 등수의 압박에서 자유로우니 자연스럽게 갖가지 관심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등수의 부재가 베푸는 미덕은 무한하다.

저자는 “등수가 사라지면서 쉽게 아이들이 우정을 지킬 수 있다”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한 아이의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시험 때문에 덜 긴장하고 학교생활 자체를 덜 고통스럽게 느낀다”고 했다.

230여 년을 이어온 프랑스 교육의 원칙이 있다. 바칼로레아 또는 지금의 교육체제는 나폴레옹 치하에 만들어져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교육 이념도 230년 동안 똑같다. 이들에게 교육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1789년 왕의 목을 자르며 탄생한 프랑스혁명, 혁명에서 나온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유지하기 위해 생각하고, 비판할 줄 아는 시민이 필요했다. 왕의 빈자리를 누군가 차지하려 할 때,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깨어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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