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덮쳤던 태풍으로 집이 떠내려가는 사태가 있었다. 이 과거의 광경을 텔레비전에서 보던 서른일곱 살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다. 지붕 위로 올라간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수건을 흔들어대고 겹겹의 먹구름 사이로 구조헬기가 뜨는 장면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내의 누선을 건드린 것은 떠내려가는 집의 슬레이트 지붕에서 헬기로 구조되는 서너 살 정도의 어린아이였다. 자신과 단둘이서 사는 늙은 아버지는 언젠가 ‘너는 다른 집에서 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집은 언젠가는 떠내려갈 숙명이다. 집이라는 단어를 ‘가족’이라고 바꾸면 더 실감날지 모른다. 그리하여도 ‘집’은 살았던 사람에게, 한때 구성원이었던 가족에게 시간을 더 주고 싶은 게 근성이요 속성이라는 성찰이다. 소설가 조경란(39·사진)이 최근 펴낸 일곱 번째 소설집 표제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이야기다.
이밖에도 로마 여행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 청년 이야기를 다룬 ‘492번을 타고’를 비롯해 ‘매일 건강과 시’ ‘11월 30일’ ‘오랜 이별을 생각함’ ‘봄의 피안’ ‘저수하에서’가 수록됐다. 조경란은 “어떤 경우에도 삶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은 변함없다”면서 “소설의 출발도 거기에 있으리라 믿고,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쓰고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쓸 뿐”이라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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