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부세 문의만… 팔려는 사람 없어” /일각 “조세저항 우려 거래세 인하 필요”
지난 6일 정부가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정부가 초고가·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겨냥해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나서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은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12일 강남권에 위치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사는 “개편안 발표 이후에 종부세 부담과 관련해 상담 문의가 많다”면서도 “집을 사고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개포동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세를 개편한다고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강남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이쪽은 아직도 ‘강남불패’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종부세 부담으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서초구 서초동의 공인중개사는 “공시지가가 5%포인트씩 오른다고 해도 30억원 이상 되는 집을 가진 사람들이 1년에 수백만∼1000여만원의 세금을 내는 게 무섭겠느냐”며 “이들은 버티면 오른다는 경험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보유세 개편안까지 나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시행 100일째인 지난 9일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1103건(신고건수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량은 122.6건으로 나타났다.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기 전인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량은 446.2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며 4월에는 207.5건으로 줄었고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거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서울 등 청약조정지역은 2주택만 보유해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됨에 따라 보유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처분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 집을 팔고 정리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보유세 부담이 커서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주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인 데 비해, 거래세 비중은 보유세보다 2.5배 높은 2.0%다. 이에 반해 OECD 회원국의 경우 보유세 비중은 1.1%인데 거래세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대)는 “보유세 인상을 이야기하면서 거래세 인하를 말하지 않는 것은 ‘꼼수’로 오인할 수 있다”며 “부동산 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보유세 인상과 함께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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