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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카드 바닥났나…美 '오락가락'

입력 : 2018-07-11 19:06:16 수정 : 2018-07-11 22: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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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회담 한 달… 회의적 평가 / 美, 입장 관철 못한채 말 수시로 바꿔 / 北은 의제 잘게 쪼개 장기전 갈 태세 12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한 달을 맞이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뜸을 들이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회의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업무오찬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자마자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고 6·25 참전 미군의 유해 송환도 약속했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북·미 간 실무협상이 예정돼 있으나 북한이 약속을 이행할 시점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북핵 협상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협상팀을 이끌고 지난 6∼7일 평양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김 위원장과의 만남마저 불발에 그치는 등 방북 성과는 초라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미국 주요 당국자의 발언은 실제 현실화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거나 말 자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6·12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만이 미국의 목표라고 했으나 정작 6·12 북미 공동성명에는 ‘검증’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문구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으로 검증 문제도 포함됐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으나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비핵화 시점과 목표·방식이 빠져 있는 북·미 공동성명의 취약점을 보강하는 데 실패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방한 당시 빠른 속도의 단기적 비핵화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보름도 지나지 않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며 말을 바꿨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 3차 방북 이후 비핵화 협상 전망’ 보고서에서 “협상의 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거나 말을 바꾸는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 사이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오며 협상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문제는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협상 의제를 잘게 쪼개 장기전으로 끌고 갈 태세지만 이에 대응할 미국의 협상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장 폐기,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및 폐기, 농축 우라늄 시설의 가동 중단 및 폐기 등 비핵화 과정을 세분화해 단계별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의 협상 카드는 많지 않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료는 “대북 군사 압박과 제재 강도도 그전만 못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협상 의제를 세분화하고 단계별로 보상을 요구하고 나오면 완전한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북한은 그럭저럭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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