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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산호섬 곳곳 바닐라향 ‘풀풀’…사랑도 ‘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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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3 10:00:00 수정 : 2018-07-11 20: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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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하아섬 모투 마하나
보라보라섬을 떠난 크루즈는 이웃해 있는 타하아(Taha’a)섬으로 향하고 있다.
밤사이 보라보라섬 앞바다에 떠있던 크루즈는 해가 떠오르자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다. 눈부시게 화창한 아침,
발코니로 나가니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타하아는 보라보라섬과 후아히에섬 가운데 있는 인구 45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자연이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바닐라 생산 중 80%가 이곳에서 날 만큼 바닐라향 가득한 섬이다.
이 때문에 바닐라섬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크루즈는 미풍을 타고 나아가 타하아섬 앞바다의 작은 산호섬 모투 마하나(Motu Mahana)로 안내한다. 모투 마하나는 이 지역을 항해하는 크루즈 폴 고갱호가 소유한 섬으로 크루즈 고객들만이 해변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크루즈 갑판 위에서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산호섬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즐긴다. 차양 밖 강렬한 태양 사이로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갑판에는 벌써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해변에서는 크루즈 승객만을 위한 바비큐 파티가 점심으로 마련되고 다양한 물놀이가 제공된다. 

눈부시게 화창한 아침, 발코니로 나가니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보라보라섬을 떠난 크루즈가 해가 떠오르자 파도를 헤치며 이웃해 있는 타하아섬으로 향하고 있다.
스노클링 장비와 비치타월, 발을 보호하기 위한 아쿠아 신발 등을 챙겨들었다. 안내문에는 산호를 보호하기 위해 산호초에 올라서지 말라는 글과 함께 챙이 넓은 모자와 햇볕을 주의하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라는 말은 없다. 선상에서 들은 강의 중 자외선 차단제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산호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던 내용이 기억났다. 환경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벌겋게 익을 수는 없어 긴 옷과 더불어 일단 자외선 차단제도 들고 나서며 최대한 조금만 쓰기로 마음먹는다.

발에 전해오는 바닷물은 수영하기에 적절한 온도다. 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선 코코넛 나무들을 보니 마치 낙원에 들어선 듯하다.
셔틀보트는 부두를 왕래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접안시설이 없는 해안가 모래사장에 승객을 내려주어야 하니, 배 앞이 문처럼 열리는 형태로 되어 있다. 해변의 얕은 바다에 도착한 배의 앞문이 열리자, 무릎까지 오는 바닷물을 헤치며 해안가에 올라섰다. 발에 전해오는 바닷물이 따스하다. 수영하기에 적절한 온도다. 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선 코코넛 나무들을 보니 마치 낙원에 들어선 듯하다. 해안가에 놓인 선베드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먼저 도착해 모래사장 위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코코넛 나무 아래서 코코넛 열매를 따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 옆에서는 파레오를 묶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산호섬 모투 마하나에서의 바비큐 점심. 코코넛 음료와 구운 야채, 고기를 접시에 챙겨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승객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점심을 준비하는 스태프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화려한 열대 문양의 남방들이 색깔별로 자신의 업무분장을 나타내는 것 같다. 바비큐 점심이 마련되는 동안 잔잔한 물이 너무 유혹적이라 먼저 뛰어들기로 했다. 따스한 물이 가슴 위까지 차오르자 머리를 물에 담근다. 물 위에서 낙원처럼 보인 섬은 물속에 더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물 안쪽으로 녹색과 보라색 산호들이 꽃밭처럼 펼쳐져 있다. 바닷물을 투과한 햇빛이 물결을 따라 빛의 파도를 만들어주고, 그 사이를 다채로운 빛깔의 열대 물고기들이 다니며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속 세상을 둘러보고 일어서니 해안가에서 맛있는 냄새가 날아든다. 서둘러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점심식사가 차려진 바비큐장으로 갔다. 다양한 생선부터 육류까지 숯불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타하아섬 앞바다의 작은 산호섬 모투 마하나는 이 지역을 항해하는 크루즈 폴 고갱호가 소유한 섬으로 크루즈의 고객들만이 해변에 접근할 수 있다.
코코넛을 음료로 받아 접시에 구워진 야채와 고기를 챙겨 자리에 앉았다. 둥그런 테이블 아래는 승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바비큐를 즐긴다.

화려한 열대 문양의 남방을 입은 스태프들.
바닐라 향 가득한 섬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모든 장비와 쓰레기는 다시 크루즈로 가져간다.
조금 전 물속에서 봤던 성게를 열심히 설명하며 한국과 일본에서는 최고급 식자재라고 얘기하니 믿지 않는 눈치다. 마침 건너편에 앉아 있던 프랑스인이 미식의 나라 국민답게 성게 얘기를 듣고 남태평양 성게는 우리가 먹던 성게와 달리 색깔이 크림색에 가깝고 맛도 없다고 알려준다. 확인하고픈 욕구는 있었지만 다칠 수 있다고 말리는 바람에 먹을거리를 바닷속에 아쉽게도 내버려 두었다. 바비큐와 더불어 열대 과일과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어 해안가 파티를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없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모든 장비와 쓰레기는 다시 크루즈로 가져간다고 한다.

물놀이에 지쳐갈 때쯤 저물어 가는 해를 뒤로하고 크루즈로 돌아온다.
타하아섬은 우포루(Uporu)라고 불렸으며 라이아테아(Raiatea)섬과 같은 석호를 공유하고 있다. 라이아테아섬은 폴리네시안 이주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현재도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중심지다. 특히 타하아섬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바닐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재배되면서도 세계 최고 요리사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바닐라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최고의 진주 또한 이곳 타하아에서 생산된다. 섬의 몇몇 진주 양식장에서는 세계 최고급의 흑진주들이 나고 있다. 비옥한 산과 계곡, 터키석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석호는 뭔가 마법적이고 시적으로 표현된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각각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이 섬을 즐기는 듯하다.

셔틀보트는 접안시설이 없는 해안가 모래사장에 승객을 내려주어야 하니, 배 앞이 문처럼 열리는 형태로 되어 있다.
후식으로 맛있는 열대 과일을 먹고 칵테일 한 잔을 들고 해안가에 앉았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발바닥을 자극한다. 눈앞에는 크루즈에서 가져온 카약으로 노를 저으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물놀이에 지쳐갈 때쯤 저물어 가는 해를 뒤로하고 크루즈로 돌아온다. 남태평양의 천국에서 보낸 한가로운 하루가 지나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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