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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남북영화교류특별위’ 발족을 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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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0 23:43:51 수정 : 2018-07-10 23: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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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파는 처녀’ ‘내 고향’ ‘형제들’… / 北 영화 의외로 상당한 수준 자랑 / 北 문화에 대한 논의 여전히 미미 / 영화, 통일 이야기 출발점에 서길 북한 영화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꽃파는 처녀’를 떠올릴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1930년 직접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꽃파는 처녀’는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이자 혁명가극이다. 1920~193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악독한 지주와 일제 순사에게 억눌려 살던 주인공의 능동적 변화를 통해 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기둥 줄거리다.

1972년 피바다 가극단에서 초연했지만 지금은 만수대예술단에서 주로 공연한다. ‘피바다’ ‘당의 참된 딸’ ‘밀림아 이야기하라’ ‘금강산의 노래’와 함께 북한 5대 혁명가극으로 불린다. 가무일치의 총체극인 혁명가극은 200여명 내외의 출연진이 무대를 채우며 군중 음악과 무용으로 꾸리는 서사극이다.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영화 ‘꽃파는 처녀’ 또한 1972년에 만들어졌는데, 그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제18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북한 영화라고 하면 몹시 조악할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의외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북한의 첫 극영화 ‘내 고향’(1949)을 본 남한 영화인들이 “70년이나 된 영화가 예상보다 뛰어나 놀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북한은 해방 이후 소련과 동구권의 영화기법을 도입해 꽤나 창의적인 선전 영화들을 제작했다. 1980년대 이후에 만든 영화들도 은유적으로 체제의 슬로건을 전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정당성을 설파한다.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영화에선 미국인들까지 등장시켜 김치를 찬양한다.

1957년 북한과 소련이 공동제작한 ‘형제들’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서울의 고급 술집 풍경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해방 전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재즈를 듣고 연습했기 때문에 더욱 생생한 장면 연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무용가 최승희의 딸 안성희가 주연과 무용감독을 맡았다.

독특한 작품은 ‘우리집 문제’ 시리즈다. 남한으로 치자면 시트콤 형식의 가족 코미디인데, 북한 배우들의 유쾌하고 액티브한 연기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도 체제 선전에는 예외가 없어, 구습 타파나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권장하는 내용이 많다. 일탈 행위를 묘사하는 장면도 어느 정도 허용되어, 시리즈 8회 ‘우리 사돈집 문제’편에서는 청소년의 음주와 흡연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북한에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 4·15영화촬영소, 조선기록영화촬영소, 과학영화촬영소 등 적잖은 촬영소들이 설립되어 있다. 연간 30여편의 극영화를 제작해 영화관이나 영사시설이 있는 각 기관에서 6개월 정도 상영한 뒤 텔레비전에도 내보낸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난 탓에 1년에 한두 편 정도밖에 촬영하지 못한다는 말이 들린다.

일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기초 이해도 없이 비판에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나마 북한의 지도자나 정치체제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최근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화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미미하다. 통제와 냉대 탓에 북한 문화를 분석하거나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는 30명도 채 안 된다. 북한 영화도 대여섯 명의 연구자가 전담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 영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행히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5일 11인으로 구성된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과거 특위의 사업계획과 그간 진행된 내용을 공유한 뒤 실질적인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영진위는 과거 2003년부터 6년간 ‘남북영화교류추진특별위원회’를 운영해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실행한 바 있다.

영진위는 “남과 북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영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추진할 것”이라며 “영화교류가 3차 정상회담에서 의제화되면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경제의 통합만으로는 사회적 분열을 예방할 수 없다. 문화의 통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는 사회적 요구와 일상을 담아내고 남북 대중들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만큼,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고 동질성을 되찾을 수 있는 훌륭한 텍스트 역할을 해낼 것이다. 북한의 구체적인 현실을 하나씩이라도 알아가려는 노력이 진정한 통일 준비다. 영화가 진정성 있는 통일 이야기의 출발점에 서길 바란다.

김신성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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