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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보 해빙기 심리적 이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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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9 20:37:51 수정 : 2018-07-09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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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안보적인 측면에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따뜻한 햇살에 녹아내리는 전환기적 해빙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안보상황은 전쟁 일보 직전의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함으로써 전 세계가 핵전쟁 공포에 휩싸이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됐었다.

그러던 북한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있어서 ‘올해를 사변적인 해’로 만들겠다”고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을 먼저 요청하면서 안보상황이 급반전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계 외교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에 남과 북은 연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서해에는 ‘공동어로수역’을 만들고, 비무장지대(DMZ)는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구축하고자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가히 충격적으로 변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그런데 해빙기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땅속에 스며든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해 지반의 약화, 균열 및 붕괴 등의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이렇듯 전환기적 해빙기에 우려되는 바는 자칫 군기문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또한 남북관계도 이제 출발선상에 있을 뿐이고, 평화 통일로 가기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해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지휘관인 모 장성은 여군이 항거불능인 상태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내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이번 기회에 군 내 잘못된 성 인식을 완전히 바로잡겠다”며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근절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매번 말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기강해이 사건은 군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군의 위상 저하로 직결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아직 완연한 봄을 맞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은 영변 핵시설과 평북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계속 가동하고 있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써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약속에 의아심을 갖게 된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 정치전략가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 금언이 생각난다. 군의 존재 목적은 항시 전쟁에 대비해 전투력 근간을 유지하는 것이다. 안보적으로 해빙 무드가 조성될수록 우리 군은 한 치 흔들림 없이 군 본연의 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설마 했던 방심과 근무태도 이완으로 비상경계가 풀린 이틀 만에 6·25가 발생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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