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배테랑 소믈리에도 쩔쩔 맨 ‘ 지옥 레이스’ 한국소믈리에 대회 결선 가보니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7-07 06:00:00 수정 : 2018-07-06 23:38: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짧은 시간안에 종합적 판단 필요
예년보다 훨씬 고난도 문제 등장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조현철 소믈리에 삼수 끝 영예의 1위

한국소믈리에 대회 결선 4단계 관문에서 이다도시(왼쪽 두번째) 등 심사위원들 대상으로 와인 서비스를 하는 조현철 소믈리에. 소펙사 코리아 제공

“소믈리에! 우리가 시간이 없으니 생떼밀리옹 그랑크뤼 와인을 빨리 서비스해주세요”.

프랑스 농식품부(MAA)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한 제17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열린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심사위원으로 나선 방송인이자 한불상공회의소 이사 ‘울라라’ 이다도시가 4단계 문제를 풀고 있는 소믈리에를 재촉한다. 손님은 모두 6명. 주어진 시간은 불과 3분. 와인 잔을 서비스하고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 손님에게 보여준 뒤 오픈해서 6명에게 모두 따라주기에는 너무나 빠듯하다. 마음은 급한데 손은 따라주지 못하자 소믈리에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송 맺히기 시작한다. 
테이스팅 포즈를 취한 한국소믈리에대외회 결선 진출자들. 소펙사 코리아 제공
결선에 오른 소믈리에 5명중 단 1명만 조금 와인을 따랐고 대부분 와인을 따르지도 못했다. 심지어 와인을 오픈하지 못한 소믈리에도 있다. 결선에 오른 소믈리에들은 이름만 대면 알정도로 업계에서 소문난 베테랑들. 몇달을 준비한 이들도 무대에 오르면 떨릴 정도니 대한민국 최고 소믈리에 타이틀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올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웠다.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종합적으로 판단해 빠르게 의견을 제시해야하는 관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4단계는 최근 세계소믈리에대회 결선에 나왔던 문제. 그만큼 한국 소믈리에 대회 수준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샴페인 듀발 르로이 브뤼 리저브.
실제 첫번째 단계부터 소믈리에들은 진땀을 빼야했다.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요청에 맞게 서비스하고 주어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테스트. 고객의 요구를 잘 듣고 당황하지 않고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관문이다. 준비된 와인은 샴페인 듀발 르로이(Duval Leroy). 서비스도중 갑자기 한 커플이 “우리 둘은 샴페인도, 화이트 와인도 못 마시니 다른 것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한다. 메뉴인 관자 타르타르에 어울리는 보졸레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을 추천해야 하는 것이 포인트. 만일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관자 요리와 맞지 않는다면 잘 어울리는 다른 메뉴를 추천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한 소믈리에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와인 대신 차를 추천할 정도로 정답을 맞추기 어려웠다.
2단계는 손님이 주문한 칵테일을 포함한 아페리티프 음료를 순서에 맞게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서비하는 문제가 나왔다. 3단계는 소믈리에의 와인 지식과 음식 추천 등 가장 중요한 전문적인 능력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다. 블라인드로 진행되며 영어나 불어로 말해야 한다. 먼저 한 가지 와인을 시음한 뒤 시각, 후각, 미각에서 느끼는 향과 맛을 표현하고 빈티지, 지역, 품종, 절정기, 와인 소비시기, 서비스 방법 등 기본적인 와인 정보를 열거해야한다. 특히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2가지를 추천하고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단계다. 평소 많은 와인 시음과 깊숙한 공부를 하지 않고는 절대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더구나 외국어 구사 능력까지 갖춰야한다. 이어 블라인드로 불투명한 잔에 담긴 와인3개의 타입, 빈티지, 지역, 아뻴라시옹, 주품종을 답해야한다. 주어진 시간은 7분.
5단계 관문에서 제시된 메뉴
4단계는 손님이 주문한 레드와인을 요청에 맞게 서비스해야 하는데 불과 3분밖에 시간이 없어 한치의 주저함 없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해야한다. 5단계는 주어진 코스 메뉴판의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 그런데 아뮤즈 부세부터 디저트까지 5가지 코스가 영어와 불어로 적힌 메뉴판을 파악하는 것 조차 어렵다. 더구나 그 음식에 맞는 와인까지 추천해야하는데 역시 평소 음식과 와인의 매칭 훈련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4분안에 도저히 통과할 수 없다.

6단계도 헷갈렸다. 영국의 와인 정보사이트 와인서처가 발표하는 가장 비싼 와인 톱 50에서 2015년 로마네 꽁띠를 제치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선정된 와인과 최근 경매에서도 가치가 다시 확인된 이 와인의 와인메이커가 누구인지 물었다. 정답은 ‘부르고뉴의 신’으로 알려진 앙리 자이에(Henri Jayer)의 리쉬부르(Richebourg). 단 1명만 정답을 맞췄다. 로마네꽁띠 리시부르나 앙리 자이에 크로파랑투(Cros Parantoux)로 답변할 정도로 맞추기 쉽지 않았다.
대회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결선 진출자들
1위를 차지한 조현철 소믈리에(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소펙사 코리아 제공
이런 지옥의 관문을 통과한 1위의 영예는 조현철 소믈리에(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에게 돌아갔다. 10년차 소믈리에로 3번째 도전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어 박민욱(파크 하얏트 부산), 주재민(정식당), 한희수(SPC그룹), 노종호 소믈리에(SPC 퀸즈파크)가 2∼5위를 차지했다. 1위 조현철, 2위 박민욱 소믈리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제4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해 아시아 10개국 참가자들과 아시아 최고 소믈리에 자리를 놓고 경합한다. 또 결선 진출자 5명은 프랑스 와이너리 연수도 주어진다.

한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드바이저 부문 1위는 최고득점을 받은 김성실(시대의 창 대표)씨가 선정됐다. 제7회 라피트 로칠드 스페셜 프라이즈는 김성국 소믈리에(콘래드 서울)가 차지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주재민(정식당), 노종호(SPC 퀸즈파크), 조현철(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박민욱(파크 하얏트 부산),한희수 소믈리에(SPC그룹). 소펙사 코리아 제공
정석영 소펙사 코리아 대표는 “최고의 실력자들끼리 겨루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22년간 최고의 프랑스 와인 전문가들을 선발해 세계적인 소믈리에를 꿈꾸는 이들의 등용문이 됐다. 앞으로도 재능있는 소믈리에들을 발굴해 나가겠다”이라고 말했다. 

최현태 기자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