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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운좋게 위기로부터 회복… 문제 눈감고 현실 안주하는 민주주의 ‘자만’에 빠지다

입력 : 2018-07-07 03:00:00 수정 : 2018-07-06 20: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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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런시먼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2만3000원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데이비드 런시먼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2만3000원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서도 실제론 눈앞에 닥친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인들, 일상적 정치적 문제에는 야단법석이면서 근본적 문제는 간과하는 사람들, 위기가 닥치면 그제야 나타나는 벼랑 끝 정책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위기론은 이런 민주주의의 본질적 속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민주국가는 늘 위기로부터 회복한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낙관론자들은 민주주의에선 “기근도 없고, 전쟁도 없으며, 경제 발전도 가능하고, 평화 유지도 더 쉽다”고 말한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가.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런시먼 교수는 과거 민주주의가 위기에 몰린 순간들을 분석한다.

세계대전과 대공황, 쿠바 미사일 위기와 워터게이트, 2008년 경제위기와 트럼프 당선까지 민주주의를 위협한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민주주의 내력을 짚어본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위기에서 회복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실은 위기를 피하는 데는 ‘젬병’이다. 지난 실수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에는 눈감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만의 덫’에 빠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런시먼은 트럼프의 사례를 들어 민주주의 ‘자만’에 대해 설명한다. 토크빌이 말한 민주주의의 본질, 즉 미친 듯 날뛰는 분노와 태평스러운 현실 안주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던진 표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 정치에 넌더리를 표시하는 동시에, 민주체제에 대한 자만을 표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인간적 자질에 희망을 품고 있는 유권자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그를 힐러리만큼이나 불신했다.

책에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전제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존중해 설명한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선거,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 개방적 경쟁을 통해 집권이 보장된 사회를 민주주의의 특징으로 꼽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위기, 극복, 현실 안주라는 세 국면이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우월성에 대한 자만, 어쩌다 얻은 승리, 당대의 도전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사람들은 어떤 모욕을 퍼부어도 민주주의 체제가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는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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